"가자, 해외로!" 대구은행, 중국 진출 '초읽기'

입력 2007-03-06 09:18:43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HSBC, 중국은행….

대구시내 곳곳에 걸린 외국계 은행 간판을 보는 국내 은행 직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외국계 은행은 속속 우리 영토로 들어오는데 우리는 뭐냐?" 는 한탄이다.

하지만 올 봄, 이들의 탄식이 기대로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대구은행에서도 "가자, 해외로!"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임직원 몇 명과 함께 다음달 중국으로 날아간다. 대구은행의 중국 진출 가능성 여부를 가늠하는 방문이다.

이미 대구은행은 지난해 대구에 진출한 중국은행과 제휴, 중국 시장에 대해 공부해왔다. 직원들을 중국에 장기 파견시켜 중국 전문가도 양성했다. 대구은행은 이번 방문에서 베이징과 칭따오, 상하이 등을 돌며 시장을 파악할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계은행이 진출 초기엔 기업위주의 영업을 편 뒤, 현재는 개인영업으로까지 진출한만큼 중국에 진출할 경우, '선(先) 기업, 후(後) 개인' 방식으로 영업반경을 확대할 계획.

김병태 대구은행 부행장은 "금융도 이제 수출대열에 낄 필요가 있고 지방은행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대구은행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최우선 대상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중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 대구·경북지역 기업이 많은만큼 기업영업을 통해 초기 영업망 확보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현재 중국에는 약 280여개 대구·경북지역 기업이 1천213건 정도의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산둥성이 284건으로 가장 많고, 랴오닝성 207곳, 장쑤성 152곳, 톈진시 108건, 베이징시 80건, 지린성 72건, 상하이시 54건 등이다.

지난 1월까지 중국에서 연수를 했던 대구은행 경제연구소 황병우 차장은 "지역기업이 중국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 은행들은 '신용 확인이 어렵다.'며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지역 기업의 재무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은행의 진출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은 부산은행이 연내 해외진출을 할 것으로 파악, 이에 자극받고 있으며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해외진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해외진출의 호기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이전 홍콩과 뉴욕, 도쿄 사무소 등을 운영했었으나 외환외기로 인해 철수했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자료를 통해 국내은행들이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과당경쟁을 탈피, 해외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 조사결과, HSBC, Citi, UBS 등 다국적 은행들이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국으로 영업범위를 계속 확대해나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는 것.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 지수가 UBS, 도이치은행, ABN AMRO은행 등 선진국 은행은 60을 초과하지만 국내은행은 2005년 기준으로 3.4를 기록, 선진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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