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모두가 변화하는 첫걸음으로

입력 2007-03-06 08:56:46

예로부터 선생님은 하늘같은 존재로서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 하여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던 선생님의 존재가 어찌된 일인지 사각의 링 사이드에 몰린 듯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오늘날 학교 교육 현장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학교 구성원 다수가 책무성이 부족하고 적당주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학교장은 그저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라며 열정과 소신을 가지고 학교경영을 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사랑의 매라도 들었다가 폭력으로 고발당하거나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느니 말썽 없이 하루를 적당히 보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는 오늘날 교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생님이 든 사랑의 매를 폭력으로 고발하는 세상, 많은 수강료를 내고 배우는 학원에는 그렇게도 관대하면서도 선생님이 가르치는 공교육을 믿을 수 없다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거나 해외로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 등 이것이 오늘날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사회도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예전처럼 우러러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월급이나 받는 직장인, 촌지나 바라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치부하며 따뜻한 눈길이 멀어진지 오래다. 이런 교육현장에서 자라는 우리들의 희망인 아이들이 어떻게 꿈과 희망을 갖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겠는가? 이래서는 이 땅에 교육의 희망은 없다.

요즘 교실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 교실에서 열성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선생님 그거 학원에서 다 배웠어요.' 한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이대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판에 박힌 과거의 지도 방법을 고집하지 말고 각기 다른 학생들에게 특별한 답이 없는 문제에 행복한 도전을 하도록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여야 한다.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이 행복한 도전이며, 여기서 흘린 땀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심어 주어야 한다.

또한 선생님은 사랑과 고품격의 교육을 실천하여야 한다. 학부모나 사회가 아무리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아이들이 신나게 공부하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정일 것이다.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는 선생님,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여 아이들 스스로 공부에 빠져들게 하는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참 좋은 선생님일 것이다.

아이들은 사랑과 칭찬을 먹고 자란다. 아이들에게 사랑의 눈빛을 주면 얼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존경의 인물로 선생님에게로 다가온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연찬이 필요하다. 교재연구는 물론이요, 수업준비를 철저히 하여 단위 수업시간 목표에 따른 동기 유발과 학습과정, 평가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사회도 학교와 선생님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내 주어야 한다. 학부모는 전문 능력을 가지고 교육 원리에 충실하게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단순한 직업인으로 생각하지 말고 오직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교단에 서는 스승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학원식의 주입식, 암기식 수업이 당장은 시험에 유리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은 획일적인 붕어빵을 구워내는 기계가 아니라 아이들의 능력에 따라 수업 방식을 다르게 지도하는 전문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꿈과 희망을 주는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놀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그릇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야 하며 각자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으로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모든 일에 모범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에게 존경스런 인물로 우뚝 설 수 있고 동일시(同一視) 대상이 되도록 노력하며, 부모와 같은 존재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 선생은 있고 스승은 없다'라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 또한 지금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선생님의 마음을 항상 아이들의 마음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

이제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꿈과 희망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한 도전의 대열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살고 학교가 살고 이 나라 교육이 산다.

홍창성 대구 동성초등학교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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