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하숙집이 있나요?" 아닌게 아니라 신학기 개학과 더불어 하숙집들의 주가가 급등했을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대학가를 찾았더니 그 많던 하숙집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부동산소개소에서는 아예 취급도 하지않을 정도였고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발품 깨나 팔아야 할 정도로 하숙집은 귀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의 경북대 주변은 온통 하숙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원룸촌으로 바뀌었다. 영남대 주변에는 아예 하숙집이 없다. 경북대 북문 주변 하숙집 주인들의 계모임('하숙계') 멤버도 14~15명 뿐. 정문과 동문 쪽을 합쳐도 하숙집 숫자는 30여곳 안팎이다. 구속받기 싫어하는 요즘 학생들은 하숙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편하잖아요. 무엇보다 새내기 독립의 기쁨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원룸이 제격 아닌가요?"
그러나 경북대 북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 하숙집에서 살고있는 한 하숙생은 "뭘 모르는 학생들이 원룸으로 간다."고 코웃음친다. 학교와 가까운 원룸에 입주하면 친구들의 '아지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정원모(23) 씨는 "하숙을 하면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요. 특히 우리 집은 밥이 정말 맛있어요."라고 자랑한다.
좋은 하숙집의 필요충분조건은 음식 맛과 하숙집 아줌마다. 하숙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 밥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밥을 제때 챙겨먹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엄마 손맛을 빼닮은 하숙집 밥맛은 빠져나올 수 없는 유혹이다.
"낯선 사람과 룸메이트가 돼서 생활한다는 게 별로"라며 하숙을 싫어하는 학생도 꽤 있다. 그래선지 요즘 하숙은 2인1실보다 '독방'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부모님의 경제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대학생 처지라서 비싼 '풀옵션' 신축원룸에는 입주하지 못하더라도 그나마 독립된 생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하숙집은 마당 넓은 한옥집이 대부분이었다.요즘 하숙집은 2~3층짜리 양옥뿐 아니라 원룸형시설로 무장한 곳도 있다. 최소 5~6명 이상을 하숙쳐야 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경북대 북문주변 하숙집 주인 박준환 씨는 "10년전에 비해 하숙비는 오히려 내렸다."며 "방있는 거 놀릴 수는 없고 우리식구 밥에 조금 더하면 하숙칠 수 있어서 한다. 돈벌려고 (하숙집)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10년전 2인실 하숙비는 23만~25만원.요즘은 27~35만원 내외. 학교와의 거리, 신축여부, 방 크기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박씨는 물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내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하숙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났다. 하숙집이 많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원룸문화의 반작용탓도 있다. 원룸문화가 확산되면서 동거족이 늘어나고 이를 보도를 통해 접한 부모들이 하숙을 선호하게 된 것도 한몫했다. 6명의 하숙생을 받고있는 정모 씨는 "말도 말아요. 밥먹을 때 말고는 얼굴보기 힘들고 늦게 다니거나 술을 마신다고 잔소리하면 당장 짐을 싸서 나간다."며 기숙사 사감같은 하숙집 주인 노릇은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학생 혼자 자취시키면 절대로 안된다'며 딸 손목을 잡고 하숙집을 구하러 다니는 부모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하숙집이라고 해서 언제나 따뜻한 밥을 주는 건 아니다. 기숙사와 다를바 없이 오전 8시와 오후 6시, 각각 1시간씩 아침,저녁시간이 정해져있다. 밥때를 놓친 하숙생에게 따로 상을 차려주는 하숙집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두명도 아닌데 아무 때나 와서 밥달라고 하면 우린 아무 일도 못해요."라는 하숙집주인이 대부분이지만 "내자식같은 아이들이 배고파하는데 밥 안줄 수 있나요."라는 진정한 하숙집 아줌마도 있다.
좋은 하숙집을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1년이상 장기거주하는 하숙생이 많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직접 그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