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발생지 상관없다…내고장 명물 '홍보가 최고'

입력 2007-03-02 10:19:44

다른 지역이 주산지이거나 다른 지역에서 시작된 것도 잘만 다듬고 홍보를 선점하면 내 고장 명물로 만들 수 있다. 발생지야 어찌됐든 명물로 만든 지자체들은 혼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상품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어 당초 지역의 가슴은 더욱 아리기만 하다.

영덕과 울진은 송이 얘기만 나오면 냉가슴을 앓는다. 우리나라 송이 생산량의 거의 절반 정도를 영덕과 울진이 차지한다. 하지만 송이 축제는 봉화에서 열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도 봉화가 우리나라 최고 송이 주산지인줄 알고 있다. 울진·영덕 송이가 봉화 송이로 둔갑되기도 한다. 생산량이 월등한데다 품질도 뒤떨어질 것이 없는 영덕·울진으로선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봉화 춘양목으로 잘 알려진 금강송의 군락지는 울진 서면 소광리와 불영계곡이다. 울진에 열차가 없어 금강송을 기차역이 있는 봉화로 옮겨가서 전국으로 배송하다 보니 춘양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게는 생각만해도 울진 사람들의 울화통을 치밀게 한다. 영덕대게가 대게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대게는 울진에서 더 많이 난다. 울진은 울진대게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최근에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창한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놓고 새삼스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새마을운동 발상지는 청도군 청도읍 신도1리로 국내외에서 통용돼 70년대 초부터 국내외 공무원과 민간단체, 외국 자치단체 등 시찰단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도1리가 발상지로 인식된 것은 박 전대통령이 1970년 4월 한해 대책 전국 지방장관회의에서'청도는 잘 가꿔져 있는데 타 지역은 헐벗은 그대로다.'며 소개한 뒤 같은 해 5월 대대적인 새마을운동을 추진했기 때문.

그런데 최근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청도군이 아닌 포항 기계면 문성리가 진짜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북도의회 장세헌 의원(포항 북구)은"지난 71년 9월 박 전대통령이 시장·군수 회의에서 '문성리가 어려운 살림 속에 기적적 발전을 이뤘는데 (시장 군수들의) 임지를 문성리같은 새마을로 만들라.'고 지시한데서 비롯됐다."는 것.

장 의원은 "문성리는 1967년부터 주민 스스로 마을 길을 넓히고 지붕개량 등 온동네가 뭉쳐 노력한 사실이 대한뉴스로 제작됐다."며 "이곳이야말로 새마을 사업의 발상지"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경북도는 고증 작업과 각계 의견을 바탕으로 연말 '경북 새마을운동 36년사'를 발간하면서 이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입장.

경북도 관계자는 "주산지나 발생지는 아니더라도 각고의 노력 끝에 후발 주자들이 명품화 시킨 공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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