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안경테로 '승부수'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이 오면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패션이다. 패션이라고 단순히 옷만 생각한다면 오산. 최근엔 안경도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드가 되고 있다. 이른바 토탈 패션이 강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순한 안경 이상으로 패션과 기능을 강조하는 '기능성 안경'이 각광받고 있다. 대구의 안경업체들도 새로운 생존전략을 위해 '기능성 안경테'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
퍼즐 안경테?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퍼즐 안경테를 개발한 대구시 북구 노원3가 덕우정밀을 찾았다. 강진욱 대표가 제품을 내놓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안경테 다리 부분이 촘촘한 퍼즐 부품들로 이루어졌다. 강 대표는 "안경테 다리 부분을 수 십 개의 퍼즐로 꾸며 사용자가 손쉽게 떼고 붙여 다양한 색깔 연출은 물론, 사이즈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퍼즐 안경테는 강 대표가 지난 2004년 우연히 레고와 같은 조립장난감을 보고 착안한 제품이다.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3월 특허 등록에 이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강 대표는 "특히 시각적인 효과가 있어 컬러에 민감한 아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상품 출시 후 현재 월 6천 장을 생산하고 있고 최근 일본에 5천장 정도 수출 계약도 이루었다. 강 대표는 "이 제품을 앞으로 월 1만~1만2천 장 가량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 대표는 독특한 안경테를 만들기 위해 틈틈히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말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가 시제품으로 내놓은 '체인지 안경테'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체인지 안경테는 자석을 이용해 다양한 색깔의 위쪽 테를 끼웠다 뺐다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제품. 이 제품은 지난해 안경디자인공모전에서 수상한 제품을 상용화한 것으로 현재 센터에선 제품을 양산하고자 하는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송태환 과장은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통해 현재 실용신안과 특허를 출원 중이다.
대구의 대표적인 안경업체인 (주)반도광학도 2001년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안경테를 개발한 이후 꾸준히 기능성 안경테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매달 40~50종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코패드를 이용한 안경테 등도 실용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세화 상무는 "우리 연구개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 다른 업체들의 아이디어도 구매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기능성에도 웰빙과 레저 바람
최근엔 웰빙과 레저 열풍도 빠질 수 없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그 쪽으로 치우치면서 업체들 또한 웰빙과 레저성를 강조한 기능성 안경테로 승부하고 있다.
훈성산업이 개발한 '물소뿔 안경테'는 얼핏 보기에도 '비싸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이상준 부장은 "재료도 재료이거니와 100% 수작업 제품이라 미국에선 개당 100만 원의 고가로 팔리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물소뿔을 안경테 다리에 채택해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탈과는 달리 인체에 알레르기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웰빙 제품이라는 것. 물소뿔 안경테는 이 업체의 고급화 전략의 하나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05년 특허 등록을 마치고 현재 미국, 유럽 등 20개국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쉬메릭'을 통해 판매가 한창이다. 이 부장은 "이 제품은 매년 20~30% 판매 신장은 물론 10~15% 성장하는 회사 전체 매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앞으로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안경테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능성 안경인 '스포츠글라스'를 생산하고 있는 SM광학은 레저 인구 급증에 따른 틈새 시장 공략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도수 클립' 끼웠다 뺄 수 있는 스포츠글라스를 내놓아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김사준 대표는 "일반 안경을 끼고는 충돌이나 바람 등 여러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저 시력 레저 인구를 타깃으로 해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일부 왜곡 현상을 극복한 도수 있는 스포츠글라스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이 업체는 매년 20% 이상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남들과 달라야 살아남는다
특허청에 따르면 1997년 18건에 불과하던 안경 관련 특허 출원건수가 2000년 51건으로 급증한 이래 매년 40~50건 꾸준한 특허 출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안경업체들이 기능성 안경테 개발에 열중하는 것은 차별성 때문이다. 기존의 평범한 안경테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 강진욱 덕우정밀 대표는 "평범한 제품은 가격 경쟁력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데 가격으론 중국 저가 제품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남들이 안 하는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안경테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소비자의 빠른 기호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세화 (주)반도광학 상무는 "우리나라 소비자는 패션에 워낙 민감해 안경테 유행이 거의 분기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능성 안경테는 실용신안이나 특허권을 갖기 때문에 독점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상무는 "일반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모방품이 나와 수익을 올리기가 힘든 반면 기능성 안경테는 개발업체만의 제품이기 때문에 개발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상승 등으로 점점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면 제 값을 받으며 수익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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