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달 뜬다 잔치판 벌여보세"
오는 3월 4일 청도군 정월대보름 민속문화축제가 청도천 둔치에서 펼쳐진다. 이날 열리는 도주 줄다리기는 원줄 길이만 100m에 달하고, 길이 80m짜리 가닥줄 80개, 볏짚 2만 1천600단이 들어간다. 같은 날 달집태우기 축제의 달집규모는 기둥 높이 18m, 지름 10m에 트럭 50대분의 솔가지, 나무기둥 60개가 준비된다. 각각의 행사 모두 전국 최대규모다.
군민과 관광객 등 3만여 명의 참여가 예상되는 이번 축제는 자연에 감사하고,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도주줄다리기
26일 청도 화양읍면사무소 마당. "위하절매 꼬꼬대절매" 주민 50여명이 7명 1조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새끼꼬기가 한창이다. 한치의 빈틈없이 가닥줄을 엮어간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해 길이 80m짜리 가닥줄 11개를 꼬는데 꼬박 8시간이 걸렸다.
주민들은 동·서군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줄다리기에서 올해 우승을 미리 다짐한다. 모두 5천여 명이 참가하는 줄다리기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셈.
각 읍면에서 제작된 가닥줄은 청도천 현장으로 옮겨져 원줄 제작에 들어간다. 원줄을 만드는데 다시 4일이 소요된다. 이때 각 읍면별 담당자는 밤을 새워 가닥줄을 지켜야 한다. 절단·훼손 등 만약의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광열(70) 도주줄다리기 전승보존회장은 "이맘 때면 동·서군 장군은 목욕재계와 함께 작전수립에 들어간다."며 "목줄 걸기 등 치열한 세(勢)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행사는 오전 줄 시가행진을 시작으로 장군기 수여, 줄걸기, 진잡이(양군의 기세를 드높이기 위한 세잡이), 줄다리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2년마다 열리는 도주줄다리기는 '영남의 줄다리기'라 할 만큼 성대한 행사. 문헌에는 18세기 조선 정조 3년(1759)부터 도주줄다리기가 강지땅(화양읍성 북문부근)에서 원혼을 달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열렸다고 기록돼 있다. 19세기 영남줄, 20세기 초반 읍내줄로 불리다 지난 1983년부터 화양줄로 변천되었다가 도주줄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달집태우기
'달집짓기 기능보유자' 2명을 포함해 300여명이 동원되는 '달집(달이 보이는 집)짓기'는 꼬박 4일이 걸린다. 기둥 소나무 60개로 중심을 잡고, 밑부분에는 볏짚을 세운다. 그 위에 읍면에서 수합된 솔가지를 다시 철사로 엮어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훨훨 잘 타야하는 달집이 도중에 불이 꺼지거나 잘 타지 않는 불상사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달집짓기는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다. 이때 들어가는 잎 푸른 솔가지는 모두 트럭 50대분이다.
주민 김종수(48) 씨는 "해마다 새끼줄을 둘러놓은 달집에 가족의 안녕과 개인의 소망을 적은 소원문태우기 행사를 갖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를 전했다. 보름달이 보일락 말락 할 때 불을 붙이는 달집태우기는 풍물놀이, 강강술래, 쥐불놀이 행사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시작되면서 흥겨운 한마당 잔치가 된다. 불은 사방을 환하게 밝히면 주민들은 농악에 어울려 달집주위를 돌며 신명을 낸다.
이원동 청도군수는 "보름달은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이란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며 "올 한해의 나쁜 일을 태워버리고 군민이 하나되는 축제에 많은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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