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구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스포츠임에는 변함이 없다. 4천여 개에 달하는 고교 야구팀에서 선수들이 뛰고 있으며 이들의 꿈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일명 '고시엔(甲子園)' 대회 열기가 이를 입증한다. 89회째를 맞는 이 대회의 모든 본선 경기는 일본 전역에 TV로 중계되고 수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메운다.
삼성 라이온즈가 전지훈련 중인 오키나와에서도 그같은 야구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24일 삼성 훈련장인 온나손 야구장에 야구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 180여명이 찾아왔다. 작은 체구로 어떻게 운동을 할까 싶은 아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지만 이들은 모두 삼성이 연 야구교실에 온 이 지역 어린이 야구팀의 어엿한 선수들.
오후 3시 무렵부터 야구교실이 시작되는데 1시가 되기도 전에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 10여명은 관중석에서 삼성 선수들의 연습장면을 지켜봤다. 이를 본 선동열 감독이 다가가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선수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잠시 당황한 선 감독. 감독임을 확인한 아이들은 야구공 하나만 달라고 졸라댔다. 한명에게 야구공을 쥐어주자 여기저기서 달라고 난리였다. 결국 하나씩 공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삼성 코치진이 참가한 가운데 야구교실이 시작됐다. 아직 초교생들이지만 투구 모습이 자연스럽고 타격자세가 잘 잡힌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특히 두드러진 아이는 빨간 유니폼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 사치에(12). 선 감독은 "더 크면 우리 팀으로 스카우트하고 싶다."며 부드러운 투구폼을 칭찬하기도 했다. 뒤돌아서며 선 감독이 아쉬워했다. "저 녀석이 남자 아이면 커서 물건 되겠는데…."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인구 130여만 명인 오키나와에만 고교 야구팀(클럽 포함)이 6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고교 야구팀보다 많은 숫자다. 이날 야구교실에 참가한 아이들 숫자도 대구·경북 전체 초교 야구 선수들보다 많았다. 홍준학 삼성 홍보팀장은 "이 아이들이 자라서 프로 선수가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야구팬은 되지 않겠느냐."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곳곳에 야구장이 지어져 있고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는 등 일본의 야구 열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것이 '일본통' 선 감독의 말이다. 그는 "야구를 하려는 어린이들이 줄고 있는 국내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야구의 경쟁력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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