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생활의 기술

입력 2007-02-24 16:29:52

영업사원부터 교수·자원봉사자까지 마술배우기

'마술의 세계에 흠뻑 빠져보자.'

마술사의 손동작에 따라 하얀 손수건이 갑자기 비둘기로 변하고 트럼프카드가 튀어나오고 지팡이 끝에서는 불꽃이 일어나는 현란한 마술공연을 본 적이 있는가.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피터 마비 등은 아예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거나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사지를 자르는 놀라운 마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일본의 신세대 마술사 Dr.레옹은 설연휴기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통해 메뉴판에서 와인과 햄버거를 끄집어내는 신기한 마술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런 세계적인 마술사들의 마술공연을 한 번이라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은결과 최현우 등 한국의 신세대 마술사들이 세계마술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마술의 수준도 높아졌다.

하긴 대학신입생들의 OT행사는 물론 동창회모임에서도 마술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마술은 일상생활과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서울수도권지역 대부분의 학교에서 마술을 특성화교육으로 채택할 정도로 '마술배우기'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과 일반인들까지 마술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중구에 있는 '저스트매직' 마술학원. 수년 전까지만 해도 10여 명에 그쳤던 학원 수강생수가 최근들어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공무원에서부터 목사 등 성직자와 교사, 교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마술을 배우고 있다.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마술을 배워 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친 끝에 영업실적이 30% 이상 올랐다. 공무원들은 의무화된 자원봉사활동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마술을 배우고 교수들은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배운 마술을 활용한다. '저스트매직'의 송경선 원장은 "자기계발욕구가 강해지면서 마술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마술을 배운 사람들은 모임에서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력 5년의 마술사 김민석(27·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마술은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상상했던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도 말한다.

이들 프로마술사들도 처음엔 취미생활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술을 배우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마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모임을 주도하거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다. 그것이 마술의 매력이다. MC나 레크리에이션강사 등이 마술을 배우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아예 전문적인 마술사가 되기 위해 마술을 배우는 10, 20대도 많아졌다.

김 씨는 "3개월 정도 열심히 배우면 기본적인 손동작 정도는 익힐 수 있다."면서도 "프로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우여행사의 서영학(44) 사장과 북방중국어학원의 박규열(42) 원장은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마술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2달 동안 꾸준히 배우다가 시간을 내지 못해 잠시 중단한 상태. 그러나 박 원장은 수시로 직원들을 모아 그동안 배운 마술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실력있는 마술사가 되기위한 조건이 있을까. 김민석 씨는 '손기술'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마술은 초능력이 아니라 한마디로 말하면 '트릭'이다. 눈보다 빠른 손동작으로 보는 이의 눈을 속여야 한다. 손기술이 떨어지거나 재빠르지 않으면 세계적인 마술사가 되기 어렵다. 또 무대에서 관객을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갖춰야 한다. 말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중공연예술로 자리잡은 마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관객 역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마술에 빠지지 않겠다.'며 두눈 부릅뜨고 마술사의 비밀을 알아채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온 마술기법을 단 몇 초 안에 들키는 멍청한 마술사는 없다. 허락없이 마술사의 도구를 만져서도 안된다. 혹은 마술사의 비밀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미리 말하지도 마라. 마술에 빠져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술이 끝나면 박수로 응원하자. 박수는 마술사들이 바라는 가장 큰 보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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