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소방차가 "119…" 도내 절반 내구연한 지나

입력 2007-02-23 11:24:02

설 연휴 첫날인 17일 오전 5시 10분쯤 경주 감포읍 시가지 내리막길에서 경주소방서 감포119안전센터 소방차가 브레이크 고장 때문에 100여m를 질주한 뒤 담벼락을 들이받고 간신히 멈췄다. 이 펌프차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오인 신고로 판명돼 되돌아오던 길로, 4천ℓ나 되는 물을 실은 상태였다.

이 사고로 소방차에 타고 있던 3명의 소방관이 크게 다쳐 경북대병원 등지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을 입은 박종철(56) 119안전센터 소장은 "사람들 통행이 많았던 낮시간이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1991년식으로 내구연한 8년을 훨씬 넘긴 노후차량이었다. 특히 출고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단종되는 바람에 부품조차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엔진, 제너레이터 등 핵심 장치를 비롯해 수십 차례 고장이 났지만 맞는 부품이 없어 다른 자동차회사 부품으로 대체해 쓰거나 아예 정비공장에서 만들어 사용해왔다.

경북도내 소방차량의 절반 정도가 내구연한이 지나 신속 출동에 지장을 주거나 소방관 자신의 안전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4년 6월 소방방재청이 문을 열면서 소방차량 장비 구입과 교체에 대한 국비지원이 2005년 중단된 이래 노후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3일 경상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보유 소방차량 598대 중 관용차 관리규칙상 내구연한을 넘긴 차량도 전체의 절반인 300대이고, 10년 이상된 차량은 전체의 38%인 227대나 된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에는 초동 진화가 가장 중요한데 차량 노후화로 신속 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4년 소방방재청 개청 이후 2005년부터 광역자치단체 예산으로 장비 보강을 하면서 소방장비 보강에 필요한 예산이 뒤로 밀려 노후 장비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경북소방본부는 2004년 61억 원을 지원받아 펌프차 10대와 물탱크차 1대 등을 구입했으나 국비지원이 중단된 2005년에는 34억 2천500만 원으로 지원액이 줄어 덤프차 6대와 물탱크차 1대를, 지난해에는 58억 1천만 원으로 덤프차 6대와 물탱크차 3대를 구입하거나 교체하는데 그쳤다.

백남명 예산장비담당은 "매년 10% 정도씩 노후 소방차를 교체해야 하지만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올해는 교체대상 46대(소요예산 53억 1천800만 원) 중 33대(46억 5천700만 원)만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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