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외투기업을 가다] 평화오일씰공업

입력 2007-02-23 07:31:32

"회사 주인은 근로자" 노사분규 無

지난 1987년 일본 자본이 투입, 대구 달성에 한-일 합작회사로 탄생한 평화오일씰공업(주)의 20년 역사 속에 '노사분규'라는 단어는 찾을 수가 없다. 단 한차례도 노사간에 얼굴 붉힐만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종업원이 815명이나 되는 회사에서 어떤 특효약이 있었기에 원만한 노사문화가 지속할 수 있었을까. 이 회사 관계자들은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우리'라는 인식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 설립부터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장은 3년을 주기로 교체하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사의 주인은 근로자'라는 등식이 성립됐다는 것.

이러한 노사문화는 1991년 구미에 있던 대우계열의 회사를 인수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수백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던 회사를 인수해 1년 만에 5억 원 흑자회사로 돌려세운 것. 게다가 이후 매년 두자릿수의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려 지난해 구미공장 단일 매출액만 387억 원으로 성장했다.

구미공장 우영기 전무는 "구미에 왔을 당시 인근 다른 회사는 강성노조 덕에 회사간판이 모두 바뀌었다."며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한 결과가 강한 우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회사의 복지정책은 남다르다. 작업장 환경개선을 위해 매년 20억 원씩 투자한다. 지난 15일 구미공장 생산현장을 둘러봤을 때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제조현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근무환경 개선노력은 이직률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우 전무는 "먼지와 악취 등 작업장 환경이 열악했던 초창기엔 이직률이 20%대에 이르고 신규 고용도 신통치 않았다."며 "하지만 회사가 근무환경 개선에 눈을 돌린 이후 지금은 이직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종업원들에게 자녀 수에 상관없이 초·중·고·대학 학자금 100%를 지급하고, 1인당 300만 원씩 지원하는 결혼정착자금제도 등도 이직률을 낮추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국내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분해하면 이 회사가 만든 부품이 가장 많다. 그동안 수입 일색이었던 자동차 고무부품 중 방진·방음·방유·방수·정밀부품 등 1천400여 종의 부품을 이 회사가 '메이드 인 코리아'로 만들었다. 2003년 대구 달성공단 내 1천500여 평 부지에 200억 원을 투자해 신기술연구소를 만드는 등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선 결과다.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평화오일씰공업(주)은 지속적인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미 등 여러 곳을 저울질하고 있는 회사 관계자는 구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대기업들이 많아 산업 연관 효과가 크고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꼽았다. 또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원만한 노사관계가 좋은 투자환경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능한 노동인력 유치를 위한 의료, 교육, 문화 등의 생활 인프라 구축노력이 더 필요하고 지자체의 기업친화적인 정책과 지역의 기업투자환경에 맞는 전략산업 선정 및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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