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공군 장교 근무, 퇴직후 '제2인생' 이정화씨

입력 2007-02-22 16:18:42

"제게 있어서 퇴직이라는 것은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그 동안 미뤄뒀던 공부도 하고, 평생 받은 고마움을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지요."

이정화(68) 씨는 나이 53살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30여년을 공군 장교로 근무하다 이제는 현재 자비의 전화 상담봉사자로, 또 화원교도소 교리반 선생님, 동네 예절교실 훈장님으로 15년 째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퇴직 후 누구나 잠시 빠지게 되는 실의의 기간도 없었다. 곧바로 불교대학에 등록했고,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심리학과 상담방법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고스란히 바쳤다. 평생 꿈꿔온 그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씨는 "군에 몸을 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학자가 되기를 꿈꿨지만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학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선택하게 된 것이 공군 하사관 학교. 야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 어쩔수 없이 택한 길이었고, 이것이 평생의 업이 됐다.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가 공군에 있음으로 인해 전기학, 물리학 공부는 물론이고 계급사회와 인간사회, 행정 사무능력까지 골고루 배울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지요. 저는 군 생활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하는 말 중 "군에서 썩는다."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했다. 군 복무기간은 하나의 대학이고, 삶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군대는 '고통'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나를 키우는 거름이 되도록 해 주는 곳입니다.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내 일 하나하나를 손수 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론뿐인 지식에 실무까지 겸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니까요."

그는 매달 200만원 남짓한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리 넉넉한 살림도 아니다. 워낙 책을 좋아하지만 수입이 넉넉지 않다보니 한 달에 책값은 10만원선을 넘길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그는 "나라에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몸을 쉬면서도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수입이 있다는 사실에 나라에 감사하고, 그 혜택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봉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이 씨의 삶은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불교를 바탕으로 상담과 심리, 가족학, 철학 등을 공부해 이를 다시 세상에 베푸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종교 그 자체에 깊숙히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는 "종교라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게 해 주고, 의문점 투성이인 삶에서 답을 찾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이라며 "본성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순수한 자아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종교"라고 했다. 그래서 불교에 기반을 두지만 타 종교에 배타적이지도 않다. 한때는 기독교 신자였다가 나이 50에 불교로 개종했지만 기독교 교리 역시 배우고 존중할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빼 놓지 않았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그는 아직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 결혼을 앞둔 신세대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진행해 보고 싶은 욕심이다. 이 씨는 "15년째 상담을 해 보니 결혼과 부부관계 갈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결혼의 의미는 무엇이고, 올바른 동반자의 관계에서 선행되야할 마음가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연장자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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