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평창과 대구에 대한 정부의 시각

입력 2007-02-20 09:15:15

"대구는 정녕 노무현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땅인가요. 우리 나라의 대통령은 지역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대구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정부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고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강원도 평창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비교할 때 대구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지난 14~17일 실시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현지 실사와 22~24일 예정된 국제육상연맹(IAAF)의 대구 현지 실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구 유치위 관계자들의 하소연들은 오히려 점잖아 보인다. 대구시와 대구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IOC의 실사가 펼쳐진 강원도 평창과 횡성, 강릉에서는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파격적인 뉴스들이 쏟아져나왔다. '1년여 동안 합숙으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유비쿼터스 올림픽', '드림 프로그램',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 평창 유치위원회는 치밀한 준비와 깜짝 놀랄만한 이벤트로 실사단과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활동상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공개적인 행사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건희 위원은 지난 15일 프레젠테이션에 참가, 평가단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박용성 위원은 특별사면을 받아 유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는 한명숙 국무총리가 직접 만찬을 주재했고 외국에 나간 노무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로 인사를 했다. 신문, 방송을 통한 언론의 유별난 보도는 개최지 결정을 위한 의례적인 행사인 '후보지 현지 실사'를 마치 개최지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행사인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대구의 실사준비는 어떠한가. 평창과 비교하면 대구가 준비중인 행사는 너무 초라해 보인다. 환영 만찬은 문화관광부 장관 주재로 격이 낮춰졌고 국내 IOC 위원들이 유치 지원 활동을 한다는 소식도 없다. 이에 반해 호주의 IOC 위원들은 대구의 경쟁 도시인 브리즈번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대구는 유치위 구성 단계부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많은 돈이 드는 화려한 행사와 깜짝 이벤트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IAAF가 요구하는 국내 후원사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 서글픈 것은 대구의 세계육상대회 유치 활동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기는 정부의 인식이다. 2011년 세계육상대회 개최지가 오는 3월 27일,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오는 7월 결정되기에 대구가 먼저 개최지가 될 경우 평창이 세계 스포츠계의 견제를 받는다는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과는 달리 세계육상대회는 규모와 관중 동원,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동계올림픽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월드컵, 하계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객관적인 유치 가능성에서도 대구는 평창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과 맞대결을 펼치는 대구의 유치 가능성은 50%에서 출발하지만 평창 경우 러시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소치와 기후와 시설에서 앞서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츠와 힘겨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구가 평창 때문에 일방적인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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