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 탐구활동 길잡이' 출간…위상복 대구제일고 교사

입력 2007-02-20 07:01:33

"우리 고장부터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문화유산 교육이 되지 않겠습니까."

위상복(50) 대구 제일고 교사(지리 담당)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현대판이라 할 만하다. 10여 년 전부터 지역 교사·교수들과 함께 역사적 유산과 문화체험장을 찾아 대구·경북 곳곳을 발품 팔며 돌아다닌 그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는 자료 사진만 3천 여장. 공부하면서 모은 관련 서적과 팜플렛도 산더미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교육부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뜻 맞는 중·고교 교사 9명과 '영남삶터 탐구 연구회'를 조직, 영남권 전체의 문화와 역사, 가볼 곳을 망라한 '삶터 탐구활동 길잡이'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물은 지난해부터 대구 남부교육청의 특색사업 일환으로 지원을 받아 추진된 끝에 최근 빛을 보게 됐다.

지역 문화 유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교실 수업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몇 개나 아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해요. 교육과정은 점점 더 지역화되는데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 위 교사는 10여 년 전 교사 60여 명과 함께 '지리답사 연구회'를 조직, 인문지리에 전문성을 갖춘 지도 교수의 조언을 받아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했다. 답사 비용은 참가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고 주말이 되면 늘 운동화 끈을 매고 당일이나 1박2일 코스로 답사를 떠났다. 준비물이라야 김밥 도시락, 물병, 지도가 고작인 가벼운 차림이었다. 늘상 주말을 반납하다 보니 가족들도 처음에는 못마땅해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보람은 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요. 영남지방은 자연적으로나 인문적으로나 우리 나라의 중심입니다. 하회마을, 양동마을은 타 지방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 달에는 전남지역 교사들의 초청을 받아 현지를 돌아보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며, 답사활동이 지역 교류에도 작게나마 이바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삶터 탐구활동 길잡이'는 인문지리서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회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대구권', '유교문화권', '남동 임해권', '가야 문화권', '한려 해상권'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총 54개 체험코스, 333개 주제 포인트를 실었다. 또 학교나 학생들이 토요휴업일이나 현장체험학습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주제마다 교과 관련 내용을 친절하게 표시해 뒀다. 찾아가는 길까지 상세하게 적어 놓아 길잡이 책으로 손색이 없다. 가령 봉화 청량산 편에서는 청량산과 그 주변 '닭실 한과마을', '봉화유기장', '청량산 Q&A'를 싣고 이외에도 소천 소수력발전소, 봉화 은어축제, 봉성 돼지숯불 요리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을 상세히 추천하고 있다. 남부교육청은 이 책을 남구, 달서구 중학교에 2권씩 배포해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위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크고 거창한 것만 중요하게 여길 게 아닙니다. 또 책으로만 알고 있어서야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직접 가서 만져보고 둘러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없어요. 이 책이 학생들의 테마여행에 유익한 자료로 쓰이기를 바랍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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