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작품 600여점 모았지요" 최인학 옹 과천시에 기증

입력 2007-02-20 07:31:19

"추사(秋史) 때문에 눈을 버렸어요."

40년 가까이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수집해 온 최인학(93·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옹. 그는 추사 이외의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18~19세기 동아시아 서예사의 최고 작가'로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추사의 작품 탐구에 오랜 세월을 매달려온 노 수집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30대 시절 평북 정주에서 처음으로 추사의 '진적팔곡병풍서(眞跡八曲屛風書)'를 본 뒤 그 길로 추사에 푹 빠져 버린 최 옹은 평생 추사 작품 수집광이 되었다. 해방 이후 월남했다가 6·25전쟁과 함께 대구에서 둥지를 튼 최 옹의 본격적인 추사 작품 수집은 1968년부터 시작됐다.

가위 공장을 하면서 추사 작품을 찾아 대전·공주·풍기·진주 등지를 돌아다녔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남다른 눈썰미는 작품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파는 사람도 몰랐고 사는 사람도 몰랐어요. 추(秋)자 낙관만 찍혀 있으면 무조건 구입을 했습니다."

최 옹은 진품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감이 오는 작품은 그냥 값을 치렀다고 한다. 600여 점(낙관 수십 개 제외)이 넘는다는 막대한 작품 수는 그런 식으로 구한 것이다. 워낙 대단한 예술품이지라 위작 시비도 잦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추사의 작품. 최 옹은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추사의 작품 세계를 연구했다.

그것이 1982년 '추사 김정희선생 유품연구소' 개설로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1993년에는 '묵성(墨聖) 김정희선생 유품식별법'이라는 연구서를 펴내기까지 했다. 실제 작품과 각종 증거품 연구로 쌓아올린 그의 식견과 안목은 이제 어느 추사 전문가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추사 작품을 두고, 진짜를 가짜라고 하고, 가짜를 진짜라고 하는 웃지못할 광경도 종종 연출된다."는 최 옹은 "내 소장품이 가짜라고 하기 전에 확실한 증거를 대야 할 것"이라며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최 옹의 소장품은 특히 추사가 과천에서 보낸 말년(1852~1856) 시절 작품이 많아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과천시 당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최 옹을 찾아간 며칠전에도 과천시 직원들이 4회째 방문해 작품 목록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최 옹은 50여 년을 산 '제2의 고향' 대구에서 박물관을 열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한채, 과천시에 작품을 기증하기 위한 절차를 밝고 있었다. 이제껏 한 번도 정식 공개된 적이 없다는, 최 씨가 평생 수집한 추사 작품들이

대구가 아닌 과천에서 일반인들을 맞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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