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은 같은 현상이나 사물을 보는 사고와 시각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동양에서는 夫婦(부부)가 원래 한몸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하지만, 서양에선 독립적 존재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으로 봤다. 중국의 '兩面八肢(양면팔지)'라는 말은 얼굴이 앞뒤로 하나씩이며 팔다리는 각각 4개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물주가 심술을 부려 둘로 갈라놓았다는 거다. 서양은 인격적 만남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우리는 일찍부터 '부부는 一心同體(일심동체)'라 했다. 사랑과 믿음이 확고해서 같은 생각, 같은 몸처럼 둘이 하나가 돼야 진정한 부부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사랑에 금이 가고 믿음이 깨지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아무래도 부부는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이며, 각자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지지고 볶아도 함께 살아야 힘이 나고, 헤어지는 일도 쉽지는 않게 돼 있는지 모른다.
○…일본 중년부인들의 상당수는 '남편이 퇴근 뒤 초인종을 누르면 寒氣(한기)가 들기 시작해요'다. 이 異色(이색) 현상은 일본의 최대 에어컨업체인 '다이킨공업'이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중년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저하되면서 심리적 체감온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한 경우가 무려 40%에 이르렀다고 한다. 반면 남편들은 20%가 그런 심리상태라는 반응이었다는 거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자유 시간이 줄어든다' '남편의 못마땅한 부분이 눈에 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등이 그 원인이란다. 기온'습도'바람뿐 아니라 정신상태가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며, 기분이 저하되면 그 온도도 내려가게 돼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또 다른 원인은 倦怠(권태)와 뒷바라지의 힘겨움, 그보다는 식어버린 사랑과 믿음 때문이 아닐까.
○…오늘 한 일간지에 '아버지의 어깨를 펴게 합시다'라는 기사가 보인다. 오늘의 우리나라 남편들은 경제력이 있어도 경제권이 없고, 자녀 교육에도 발언권을 잃을 정도로 父權(부권)이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부인들은 일본과는 다른 환경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걸까. 아무튼 '부부가 서로 진정 사랑하면 칼날 폭만큼의 침대에서도 함께 잘 수 있다'는 '탈무드'의 말을 새삼 떠올려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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