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10원이 가져다준 행복

입력 2007-02-17 07:14:28

40대 중반이후의 세대라면 누구나 춥고 배고프던 시절이 있었다. 의식주중에서도 당장 먹는 것이 생의 목적이었던 시절! 요즘아이들처럼 용돈을 고정적으로 부모로부터 받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 유년을 보낸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 주위엔 그런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은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다행이 일년에 용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었는데 설날과 추석날이 바로 유일한 부모로부터 공식적으로 용돈을 받는 날이었다.

이러니 돈의 소중함을 자연히 알게되고 아끼고 절약하고 근검한 생활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몸에 베이게 되었던 것 같다. 설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설레기에 충분했다. 우선 새 신발과 새 옷을 얻을 수 있어 좋았고 몇 푼 되질 않는 돈이지만 용돈이 생긴다는 기분에 얼마나 기다리는 명절이었던가. 설날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받는 세뱃돈은 돈의 액수를 떠나서 행복해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온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어른들께 인사를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른들에 대한 공경도 있었겠지만, 세뱃돈 때문에 그렇게 집집마다 인사하러 다니지 않았는가도 생각된다. 아이들이 세배를 오는 것을 짐작하고 집집마다 나이드신 어르신께서는 미리부터 아이들에게 줄려고 음식과 빠듯 빠듯한 세뱃돈을 준비하고 계신다.

차례로 세배를 드리고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부모말씀 잘 듣고 등등 덕담 한마디를 건네주시며 고사리 손에 들여지는 세뱃돈이 주는 행복감은 물질만능시대에 살고있는 요즘아이들은 천금을 주어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세뱃돈을 주섬주섬 챙겨 계산하면서 일부는 어머님께 다시 맡겨놓고 몇 푼을 아끼고 아껴서 그렇게 십 원을 가지고 하루종일 놀던 시절이 있었다.

십 원이 가져다 주는 행복감과 여유를 지금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아이들에겐 세뱃돈이 만원이 기본이 된지도 오래된 것 같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주일마다 주는 용돈이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내 주머니 생각도 해야만 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세뱃돈 받을 수 없는 아이들 생각에 동사무소의 사회복지과로 전화한통을 했다.아직도 춥고 배고픔에 떨고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전병태(대구시 서구 평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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