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한 지붕 4대 가족'

입력 2007-02-16 11:15:40

사회'경제적 환경과 구성원의 변화로 家族(가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요즘은 '정상 가족'이나 '결손 가족' 같은 용어보다는 '건강 가족'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가족의 유형이 다양해져 그 외형보다 인간관계의 건강성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가족이 서로를 인정하고 의사가 잘 소통되며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인정과 배려, 사랑이 그 유대를 돈독하게 해주는 탓일 게다.

○…몇 달 전, 한 설문조사 결과 '가족 하면 떠오르는 말'의 첫째가 '사랑'이었다. 그 다음이 '힘' '행복' 등이었다. 최소 공동체인 가정은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생활에 필요한 사랑'배려'권위'책임'예의 등 인간사의 喜怒哀樂(희로애락)에 얽힌 기본 질서를 배우고 익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정은 도덕의 학교'라고 한 페스탈로치의 교훈도 가족 해체 등 위기의 현실에 비춰 오래 귀감이 돼야 할 것이다.

○…尙州(상주)의 최고령 서남주(109세) 할머니 집은 4대가 함께 살면서 이웃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오순도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행복한 집이기 때문이라 한다. 화동면 보미리의 이 가정은 72세의 장남과 그 두 살 아래의 맏며느리, 30대의 손자 부부, 열 살 미만의 증손자 3명에다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후반의 손자까지 식구가 모두 10명이다.

○…이 가정은 서 할머니와 아들 부부만 살다가 1999년 손자가 결혼하면서 고향 집으로 돌아오고 자녀를 두면서 '한 지붕 4대 가족'이 됐다고 한다. 더구나 손자가 맹장염 수술을 한 부친을 도와 農事(농사)를 짓기로 하고, 그의 아내도 시할머니'시부모와 함께 사는 농촌생활에 정 들고 효심이 생겨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차례는 서울 큰손자 집에서 지내나 세배하러 이번 설에도 30여 명의 후손들이 모인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이 설을 맞아 고향을 찾아가는 행렬이 오늘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민족 대이동을 방불케 하는 이 행렬도 상처와 좌절을 보듬고 희망을 가꾸게 하는 幸福(행복)의 원천이 가족이요 故鄕(고향)에 있는 탓이다. 더구나 그곳엔 언제나 따뜻한 사랑이 숨 쉬고 있지 않은가. 서남주 할머니의 가정이 더욱 부러워지는 건 오늘의 현실이 '건강 가족'과 좀체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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