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교수 채용 '잡음'] (중)왜 발생하나?

입력 2007-02-15 10:27:05

A대학 B교수는 올해 신규 교수 임용과정에서 같은 학과 C교수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 자신의 교수 임용 때 심사위원이었던 C교수가 "당신이 누구 덕분에 교수 됐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 하느냐?"며 자신이 미는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고 한 것.

D대학 E교수는 올해 신규 교수 채용에서 연구실적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학과 출신 응모자를 뽑고싶지 않았지만, 과거 자신의 스승이었던 같은 과 F교수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괴로워했다. F교수는 "당신과 제자, 내가 힘을 합하면 다른 대학 출신 교수 3명에 맞설 수 있다."고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부 전문대에서는 '교원 채용 1억 원±α, 직원 채용 5천만 원±β'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한다.

교수 채용을 둘러싼 비리나 불공정 시비는 왜 일어날까?

계명대 한 교수는 이를 '극단적 패거리주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능력이나 실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같은 대학 출신, 제자나 후배를 뽑음으로써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 최근 경북대, 안동대 등 지역 국립대에서 터져나온 신규 교수 채용의 불공정 논란에서도 학연, 지연에 기댄 연고주의가 상당한 작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학과 안에서 벌어지는 교수들 간 힘겨루기 내지 파벌싸움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 돈'의 유혹도 한몫 한다. 대구대 한 교수는 "사립대의 경우는 학교 재정 확충과 비자금 조성을 위한 재단의 이해가 교수 진입의 높은 장벽을 금품으로 뚫어보려는 응모자의 이해와 맞물린 구조적 병폐"라고 진단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채용 과정에서 보직교수나 재단 관계자가 신규 교수 채용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돈으로 교수직을 산' 교수들이 몇 년 뒤 거꾸로 다른 응모자로부터 금품을 받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고를 바탕으로 한 패거리주의나 금품을 통한 교수직 뒷거래의 병폐는 결국 학생과 대학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신규로 임용된 교수는 자신을 뽑아준 교수나 재단의 눈치를 보게 되고, 반대로 심사위원으로 '특혜'를 베풀었던 교수나 재단 역시 자신이 받았던 대가에 옥죄일 수밖에 없는 것.

지역 한 교수는 "'교수 채용' 등을 미끼로 대학원 제자들과 연구비 횡령을 합의하에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수는 "금품이나 뒷거래를 통해 교수가 된 사람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나 연구에 열정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연구비 횡령이나 착복, 논문 표절, 부적절한 학위 수여 등은 모두 교수 채용의 비리나 불공정과 맞물려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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