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운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렌터카를 빌린 뒤 야구방망이, 절단기 등 흉기를 싣고 다니며 강도짓을 일삼은 이모(17) 군 등 10대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뒤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고, 리더의 이름을 따 'OO파'라는 이름까지 붙여 함께 숙식을 해온 아이들이다. 이들은 처음엔 담배를 훔치는 등 단순 절도에 머물렀지만 점점 대담해지면서 지난달 인적이 드문 공단에서 피자 배달을 시킨 뒤 배달원(16)에게 둔기를 휘둘러 현금 50만 원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로까지 발전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한 형사는 "이 아이들뿐 아니라 소년원을 거친 아이들은 하나같이 훔치는 데서 시작했다가 강력범죄를 저질러 결국 경찰서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고교 시절 폭력 조직에 몸담았다는 J씨(30). 가출과 폭력이 일상이었다는 그는 중학 1년때인 지난 1990년 처음으로 경찰서를 접한 뒤 지금까지 전과만 7개다. 그가 주로 철창 신세를 진 것은 '폭력' 때문. 그에게 폭력은 '정의'고 '사회질서'였다. J씨는 "어린 나이에 쉽게 먹을 거리와 잠자리가 보장되고 나이에 맞지 않는 것들도 맛보게 되니 정말 신기했다."며 "소위 힘있는 '형님'들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조직과 나는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오른쪽 다리에 남아있는 장미 문신이 가장 큰 부끄러움이다. "중3 때부터 조직생활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된다."며 "직장과 결혼, 자녀 교육 등의 문제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때 그렇게 철없이 생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청소년들의 비행이 폭력과 절도 등을 넘어 강도, 조직폭력 등으로 쉽게 이어지고 있어 초기에 재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건을 훔치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무리지어 강력 범죄를 짓기까지 이들에겐 종이 한 장 차이일 뿐 점점 범죄에 둔감해져 가기 때문이다. "절도든 강도든 붙잡히면 소년원에 가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게 재범 청소년들의 얘기다. 실제 2005년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소년범 3명 중 1명이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청소년 시절 조직폭력, 강력 범죄 등이 멋있어 보이는데다 범행이 지속되면서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점점 엷어지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청소년들의 경우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기준을 두는데다 패거리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조직폭력 및 범죄에 빠져든다는 것. 이종한 한국심리학회 회장(대구대 심리학과 교수)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은 대체로 피해를 당한 상대가 자신의 폭력, 강도 등 범행 때문에 아프거나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해 같은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된다."며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의 특성상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1차 범죄에 대한 사회 선도 프로그램이 정착돼야 이들의 재범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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