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의 교육프리즘)수학 선행학습의 문제점

입력 2007-02-13 07:34:02

수학은 입시를 좌우하고 영어는 입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입시 공부의 절반 가까운 노력이 수학에 바쳐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수학에 투자하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다. 선행학습 붐이 수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며 결국에는 수학을 포기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있을 법 한데 아직은 지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조기진도가 소수의 학생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절대 다수의 학생에게는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자칫하면 공부를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 조기진도는 교실붕괴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미리 배웠다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 짓을 하는 학생들이 교사를 피곤하게 하고 수업 진행을 방해한다.

모든 교과가 다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한 단원의 기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수학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만 소홀히 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그러나 많을 수험생들이 자기 학년에서 배우고 있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충분한 연습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충분한 이해와 성취감 없이 진도 나가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결국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모든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대부분의 수학 교사들은 중3 때 고교 과정의 수학을 배운다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1 때 2, 3 학년 과정에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고1 때 10-가, 나 과정을 충분히 다져놓지 않으면 그 다음 무엇을 배우든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모의고사에서는 고득점을 하는데 실제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수험생 상당수가 조기진도 때문에 기초 과정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수학 시험지만 받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사고가 마비될 정도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학생들 대부분이 기본 개념을 다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을 바치지 않고, 진도 나가는 일과 문제풀이에 주로 시간을 바친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그 부분은 반복해서 틀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소수의 최우수 학생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선행학습에 목숨을 걸고 있다. 학부모는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쉬운 단원이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른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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