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열린다…공동체 모임·행사 봇물

입력 2007-02-12 10:59:09

아파트 주거문화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이웃과의 소통 단절'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러한 모임은 아파트 입주민 사이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 이웃 주민들과도 공동의 장을 만드는 하나의 소리없는 사회 운동이 되고 있다.

◇왜 아파트 공동체인가?

지난해 5월 서울대에서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성찰과 재활성화'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학술대외에서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전국 주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도시 아파트 공동체'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꼽았다. 예전의 마을 단위와 비교해 공간 거리가 훨씬 줄었지만 이웃 간 소통의 단절은 되레 심화되고 있는 아파트야 말로 '지역공동체'의 핵심이라는 것. 최 교수는 "아파트에 기반을 둔 도시공동체 운동의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이미 주거권 확보 운동, 자치관리운동, 생활문화운동 등 여러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만큼 이러한 공동체 움직임을 도시 전체와 연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아파트엔 어떤 공동체가 있나?

대구에서 가장 많은 공동체 유형은 주택공사의 공동체 프로그램들과 아파트 주민-농촌마을의 자매결연이다. 지난해 10월 입주 2년이 된 달성군 가창 용계주공 아파트에서는 '가을문화제'가 처음 열렸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아파트에 공동체 문화를 심으려 고민하던 박영미 관리소장의 아이디어. 302가구가 소장한 모든 '예술품'을 아파트 필로티에 끌어 모았다. 그림, 서예, 감상문, 사진, 분재, 야생화 등 각종 작품이 전시됐다. 종이, 도자기 공예품이나 야생화 십자수 같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 쏟아졌고, 뒤늦게 자신의 소장품도 전시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아파트관리소장들에 따르면 주택공사가 이러한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장려하고, 인사 고과에까지 반영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주공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돌보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

대구 북구 아파트 단지들 사이엔 농촌마을과 자매결연 맺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북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모임이 개설한 전남 보성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처음으로 불을 댕겼다. 이후 10곳 안팎의 북구 아파트들이 전남 보성, 나주 등지의 농촌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어 개별 장터를 열었고, 칠곡 5개 아파트는 안동 길안 마을의 사과 팔아주기 운동도 했다. 윤원현 회장은 "지난해에는 울릉도를 제외한 경북 22개 시·군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공동체 봇물

거창하지는 않지만 공동체라 이름붙일 수 있는 크고 작은 움직임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달서구 월성주공3단지는 행정자치부로터 '표창장'을 받았다. 이유는 태극기 게양을 '너무 잘해서'란 것. 이 아파트는 국경일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1천482가구 모두가 태극기를 달았다. 굳이 이름을 달자면 태극기 공동체가 형성된 셈이다.

달서구 대곡 사계절아파트의 초교생들은 지난해 10월 '어린이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아파트 어린이집 앞마당에 공간을 마련해 책, 학용품, 자전거 등을 팔았고, 이 소식을 들은 아파트 단지 내 어른들도 십시일반 돈을 보태 수익금을 더 늘려주면서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가 싹튼 것.

대구 주택관리사들이 관리비, 인사·노무, 하자·집단민원 등 선진 아파트 관리기법을 연구·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 '아사모(아파트관리 사진자료 모음)'( http://cafe.daum.net/ofcny)에 실려 있는 아파트 공동체 행사 사진은 모두 100점에 이른다. 임대규 카페지기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에게 '아파트'는 어른들의 고향 마을과 같다."며 "고향 이웃들의 좋은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듯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이웃 재발견의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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