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됐지만, 평소 갖고 싶던 장난감이며 책을 사기 위해 새뱃돈을 기다리며 한창 들뜨던 그때. 설 선물로 받았던 크레파스가 떠오른다. 옆집에 세들어 살던 아주머니가 준 선물.
정성스레 포장한 크레파스와 함께 새해 덕담을 건네시던 그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선물 값이 너무 비싸졌다. 값이 비싸진 만큼 선물을 건네는 마음도 조금씩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백화점이 받고픈 선물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상품권이 단연 1위로 나왔다. 응답자 1천500여명 중 약 500명이 그렇게 답했다. 50만 원이 넘는 한우세트와 표고세트가 2, 3위를 차지했다.
받고픈 이유는 비싸서란다. 전세계에 100병만 한정 판매하는 시가 600만 원짜리 위스키도 매장에 등장했다. 고마움을 전하기보다는 부담감만 주는 선물들이 판을 친다. 설이 설답지 않아진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휑하다.
명절이면 유일하게 주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벨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선물세트 배달왔습니다."라는 택배 직원 목소리일 것이다. 누가, 무슨 선물을 보냈을까하는 호기심에 포장을 풀어보면 고맙기는 하지만 난감해지는 경우도 적잖다. 주고픈 선물과 받고픈 선물은 다를 수 밖에. 격차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 고맙지만 불편한 선물
주부 강정윤(36'대구 달서구 이곡동)씨는 명절에 받기 싫은 선물로 술을 꼽았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평소에도 워낙 자주 술을 마시는데다 대개 선물로 들어오는 위스키를 핑계삼아 명절이 끝난 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마시기 때문. "가끔 백화점에 나가보면 선물용 위스키 가격대가 깜짝 놀랄만큼 비싸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상하지도 않는 선물인데 두고 마시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명절이면 5~7병씩 쌓이는 술을 보면 한숨만 쉬게 됩니다."
음식하기가 어렵거나 생소한 선물도 주부들이 꺼리는 상품. 킹크랩, 바다가재 등 서양 음식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을 받으면 난감하다는 평이 많았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은 좋지만 요리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선물 세트의 포장 부피도 커서 냉동실 보관마저 힘들기 때문. 체질에 맞지 않는 선물 세트도 꺼려지는 상품으로 들 수 있다. 인삼, 수삼, 커피 등의 상품은 자신이나 가족 기호에 맞지 않을 경우 자칫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주부 최문주(43·대구 남구 봉덕동)씨는 덩치 큰 선물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대체로 이들 상품은 보관상 이유로 스티로폼이나 나무상자에 담겨있는 경우가 대부분. 일일이 포장을 제거한 뒤 분리수거해야하는 번거로움에다 대부분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을 해야하기 때문에 주부들로서는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고객 1천524명이 참여한 가운데 설날 선물선호도를 조사했다. 품평회에 오른 80여개 상품군을 주고픈 선물과 받고픈 선물로 나눠본 결과, 주고픈 선물 1위는 친환경 유기농 더덕세트(30만 원), 받고픈 선물 1위는 상품권으로 나타났다. 더덕세트는 421명이 선택해 1위로, 상품권은 2위(232명), 친환경 사과'배세트(10~11만 원)는 3위(222명)로 집계됐다. 받고픈 선물로는 464명이 택한 상품권이 1위, 한우특호세트(55만원)가 2위(343명), 표고혼합 명품세트(50만원)가 3위(308명)였다.
아울러 한 백화점이 사내 주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호 선물로 상품권, 곶감, 굴비세트, 올리브유, 참기름, 홍삼 등을 답했다. 담당 직원은 "의외로 곶감을 받고싶다는 주부가 많았는데, 자녀들에게 보관하기 좋은 웰빙 간식거리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굴비세트는 직접 사먹기는 아깝지만 남이 사주면 좋아하는 선물로 꼽혔다. 반면 화장품과 샴푸 및 비누세트는 선호도가 낮았다. 취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아울러 참치세트와 김세트는 흔하다는 이유로 호감도가 떨어졌다.
◇ 남성들이 선호하는 색다른 선물
남자들 입장에서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지만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얼핏 보면 '어떻게 명절에 그런 걸 선물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받는 입장이 되면 '안그래도 그거 갖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지?'라고 반응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있다. 조금만 감각을 갖고 선물을 고르면 주는 사람의 이미지도 새롭게 할 수 있는 센스있는 상품들을 알아보자.
전기면도기 매장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남성용 코털제거기. 매장 관계자는 "매일 한두개 꼴로 판매되는데 본인이 사용하기보다는 선물용 포장을 주문한다."며 "전기면도기 역시 고객 중 60% 이상이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하려는 경우"라고 말했다. 코털제거기는 3만 원 내외, 전기면도기는 6만~29만 원, 여행용은 3만~6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도 요즘 뜨는 상품이다. 아직 고가의 제품이지만 제 돈으로 선뜻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선물로 인기. 롯데 대구점 정재민 판매사원은 "남성 고객들은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실제 구매에는 많이 망설인다."며 "최근 들어 선물로 사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평균 가격은 4.3인치가 30만 원대, 7인치는 40만~50만 원대가 주력으로 꼽힌다.
볼펜과 만년필은 선물용으로 꾸준하다. 특히 몽블랑 제품은 남성들이 하나쯤은 갖고픈 필기구. 하지만 가격대가 비싸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때문에 선물용 판매비율이 70% 이상이다. 남성용 액세서리로 손목시계와 목걸이가 있다. 여성용 시계는 본인이 착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용은 선물이 많다고 매장 관계자는 말했다. 가격대는 10만~50만 원.
백화점 관계자는 "애연가들에게는 듀퐁 라이터가 꿈의 선물로 꼽히지만 가격대가 다소 비싼 게 흠이고, 최근 연예인들이 많이 착용하고 나오는 아이그너 벨트도 20만~50만 원으로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며 "남성용 향수는 6만~10만 원대로 적당한 편인데다 남성들이 직접 매장에서 골라 쓰기에 껄끄러운 느낌을 갖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 아울렛 설 특집전
모다아울렛은 9~19일 '설날맞이! 톱브랜드 특가제안전'을 연다. 먼저 신사 정장을 60~80% 할인 판매한다. 갤럭시 및 로가디스 콤비는 13만 원부터, 정장은 15만 원부터 선보이며, 트래드클럽은 재킷 7만 원부터, 정장 9만 원부터 판매한다. 여성 및 피혁브랜드도 70~80% 파격 세일한다. 아동복도 50% 이상 세일가로 선보인다. 모다아울렛 단독으로 8~28일 나이키 전품목 30~40% 세일전을 갖는다. 신학기 가방 및 용품도 20% 세일한다.
또 유명 브랜드 한정제품을 9~19일 균일가 판매한다. BCBG 가디건 13만 원, 피에르가르뎅 드레스셔츠+넥타이 세트 7만 5천 원, 비비안 브라+팬티 세트 5만 8천400원, 슈페리어 티셔츠 5만 9천 원, 매긴나인브릿지 버버리 10만 8천 원, 오즈세컨 재킷 4만 2천 원, 엘르스포츠 재킷 4만 2천 원. 또 8~19일 폴햄, 노튼, 쿨하스, UGIZ 등 브랜드 20만 원 이상 구매시 모다상품권 1만 원권을 준다.
패션아울렛 퀸스로드는 다음달 4일까지 설 명절 및 봄맞이 특가전을 연다. '신학기 가방'운동화 대전'을 통해 후부·르꼬끄·케이스위스·아디다스·스프리스 가방을 1만 5천 원 또는 2만 5천 원부터 판매한다.
또 '2007 패션제안전'을 열어 케네스레이디 봄코트 16만 9천 원부터, 톰보이 재킷 3만 9천 원부터, 올리비아로렌 재킷 5만 1천 원부터, 라인 버버리리코트 15만 9천 원부터 판매한다. 남성복 정장도 초특가 세일에 들어간다. 인터메조는 정장 26만 3천 원부터, 코모도 정장 19만 8천 원부터, 지오지아 정장(100벌 한정) 23만 6천 원부터, 트루젠 정장 8만 5천 원부터 판매한다.
아동복의 경우, 톰키드 코트 3만 원부터, 마루아이 코트/재킷/점퍼 1만 9천 원부터, 행텐키즈 트레이닝세트/점퍼 4만 원부터 선보인다. 캐주얼 제품은 특가 한정판매한다. 아울러 후부는 명절선물 제안전을 열어 양말(50매) 3천600원부터, 모자(200매)/벨트(100개) 1만 9천200원부터, 운동화(200개) 4만 5천 원부터 판매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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