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가면 밥 맛이 일품!

입력 2007-02-08 10:51:52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두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찰진 쌀을 정성껏 일어 밥물을 맞추고 불을 지펴 짓는 한국인의 주식(主食)인 밥. 끼니 때마다 고슬고슬한 밥알 사이로 뜨거운 김과 함께 피어오르는 구수한 냄새는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원초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기가 돌 때 윤기 흐르는 밥을 마주하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이 있다.

그러나 요즘엔 밥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4년 82.0kg, 2005년 80.7kg에 이어 2006년엔 78.7kg로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은 1인당 하루 2공기 정도 밥을 먹고 나머지 한 끼는 밥 이외의 식품을 먹은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우리 맛있는 밥 한번 먹어 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구수하고 차진 밥맛을 유달리 좋아한다. 그러나 같은 쌀로 밥을 하더라도 늘 똑같이 맛있는 밥맛을 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쌀 생산지가 다르고 품질에서 차이가 나고 밥을 짓는 방법과 정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밥. 당연히 딸려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지 쉽지만 밥맛으로 고객을 끄는 식당들이 있다. 늘 먹는 밥이지만 문득 '맛있는 밥'을 짓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들 식당의 주방을 슬쩍 들여다봤다.

◇갓 도정한 쌀로 바로 지은 밥-왕대구 쌈밥

쌀겨를 벗겨낸 지 오래된 쌀은 그만큼 수분함량이 적어 밥을 해도 제대로 된 밥맛을 내기 어렵다. 또 밥은 제때에 한 밥이 가장 맛이 있으며 그릇에 담아 오래 두면 자연히 밥맛도 떨어진다.

27년간의 요식업 운영 경험을 통해 이 점을 잘 아는 주인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쌀로 밥을 해 일일이 직접 맛을 보고 특정지역 쌀을 정했다. 이 식당의 밥에는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친다.

"도정한 지 1주일 안의 쌀은 수분함량이 18~25%로 선도가 좋아 금방 밥을 했을 때 맛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됩니다." 밥을 미리 해놓는 법도 없다. 고객이 오는 것을 보고 밥을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 때 한 번에 50~70인분씩 서너 차례 밥을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밥이 뜸이 들때 쯤이면 구수한 밥냄새가 식당안을 가득 채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윤기 자르르 흐르는 밥. 그 하나만으로 곧 행복해진다. 쌀보리가루와 밥물을 섞어 끓인 숭늉도 별미다.

▶위치=북구 읍내동 칠곡 중학교에서 동명방향 농촌진흥원 가는 길 오른편.

◇입안 가득한 한약향이 별미-큰나무집

찹쌀에 검은 깨, 녹두, 율무, 은행, 대추, 인삼 등을 넣고 황기 등 24가지 한약재를 우려낸 밥물로 닭백숙과 함께 쪄내는 이 집 대나무통밥은 그냥 밥이 아닌 약밥이다. 입안 가득 한약재 향기가 퍼지는 맛은 보양식을 먹는 느낌이다.

이 곳은 본래 궁중닭백숙 전문집. 그 동안 백숙을 먹은 후 닭죽을 내놓았으나 몇 년 전부터 대통밥을 제공하기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통밥은 압력솥에 각종 한약재를 첨가한 닭을 삶을 때 함께 찌는데 특유의 백숙 맛이 밥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더욱 별스런 맛을 낸다.

대통밥에 따라 나오는 갖은 장아찌도 토속적인 맛을 자랑한다. 특히 여주인이 평양 출신 할머니에게서 배웠다는 평양식 물김치는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하지만 주메뉴가 약백숙이나 전복약백숙이니 만큼 대통밥만 별도로 주문할 수 없는 것이 흠이다.

▶위치=달성군 가창면 우록마을 들어가는 초입.

◇밥이 몸 속 중금속을 빼내다-대경한정식

이 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여는 곳과 달리 놋쇠 밥그릇마다 아기 손바닥 크기의 갈색 이파리 하나가 얹혀 있다. 음식공부를 하던 주인이 우연히 자연식을 통해 건강을 찾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에 망개나무 잎이 건강회복의 열쇠였음을 알고 즉석에서 '망개 밥'을 착안했기 때문이다.

"망개나무 잎을 삶은 물로 밥을 하면 밥이 쉽게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몸속의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죠."

밥 색깔도 연한 붉은 색을 띠는데 맛 또한 보통의 밥과는 달리 훨씬 구수한 둥글레차 맛이 나기 때문에 처음 온 고객들은 신기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고. 특히 우엉샐러드나 맑은 간장양념으로 조리한 코다리찜과는 찹떡궁합이다.

▶위치=수성구 지산동 두산오거리에서 황금네거리 가는 길 중간.

◇양은 냄비에 짓는 찰진 밥맛이 일품-광성식당

40년째 복어탕을 끓이면서 밥 또한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이유 인즉 이 곳에서는 냄비를 이용해 센 가스불로 10분~15분 정도 한소끔 지은 밥을 대형 솥에 다시 퍼내어 한 번 더 뜸을 들인다는 것. 밥 위에 알알이 박힌 굵은 검은 콩도 밥맛을 좋게 하는 중요한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이 곳 역시 밥을 미리 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손님이 들 때마다 냄비에 10인분~15인분씩 밥을 해내기 때문에 늘 금방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 또 전량 양질의 쌀을 공급받는 것도 변함없는 밥맛을 내놓은 노하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밥은 항상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밥알에 윤기가 넘쳐난다. 이 집에서 신선하고 부드러운 복어탕과 밥을 먹으면 웬만한 감기증상은 저 멀리 달아난다는 게 단골들의 평가.

▶위치=중구 봉산동 반월당 하나은행 옆 길.

◇ 가정에서 쉽게 하는 맛 밥 2선

▩해물솥밥

▷재료=생표고 100g, 죽순 100g, 그린 홍합 8개, 바지락 8개, 불린 쌀 4와 1/2컵, 새우 8마리, 오징어 1마리, 맛술 2큰 술, 다시마 육수 3과 1/2컵.

▷양념장=송송 썬 실파 1컵, 다진 마늘 1큰 술, 고춧가루 1큰 술, 청양고추 다진 것 1 큰 술, 설탕 1큰 술, 참기름 2 큰 술, 깨소금 2 큰 술.

불린 쌀은 솥에 담는다. 생표고는 부채꼴 모양으로 썰어 쌀 위에 얹는다. 죽순은 어슷 썰어 넣고 그린 홍합은 알맹이만 넣고 바지락은 해감 시켜 껍질 채 넣는다. 새우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오징어는 껍질을 벗겨 링 모양으로 썰어 넣고 맛술, 다시마 육수를 붓고 밥을 한다. 양념장은 제시된 분량의 재료를 골고루 섞어 만든다.

▩무 쇠고기 밥

▷재료=불린 쌀 4와 1/2컵, 쇠고기 100g, 건표고 불린 것 5장, 무 500g, 간장 2큰 술, 설탕 2작은 술, 후추 약간, 참기름 1큰 술, 깨소금 1큰 술, 다진 마늘 1큰 술, 다진 파 2큰 술.

▷양념장=풋고추 다진 것 3개, 실파 썬 것 1컵, 설탕 1큰 술, 다진 마늘 1큰 술, 깨소금 2큰 술, 참기름 또는 들기름 2큰 술, 간장 4큰 술.

무는 결대로 썬다. 쇠고기는 결 반대방향으로 채 썬다. 표고 불린 것은 기둥을 제거하고 채 썬다. 무와 쇠고기를 볼에 담고 간장, 설탕, 후추,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고 골고루 무친다. 돌솥이 달구어 지면 무친 재료들을 넣고 볶다가 익으면 불린 쌀을 넣고 물 3컵을 부어 뚜껑 닫고 밥을 하는데 뜸을 들일 때 밥을 한 번 섞어준다. 양념장은 제시한 재료를 골고루 섞어 만든다.

도움말·전통요리연구소 '맛을 만드는 사람' 김숙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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