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문인력 양성 기관 대구서도 운영 강구"
이희범(58· 전산업자원부장관)한국무역협회장은 '불도저'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해 보였다.
인터뷰에서 각종 현안을 수치 하나 막힘없이 풀어나가는 모습은 과연 최장수 산자부 장관(만2년2개월)을 지낸 면모를 다시 한번 엿보게 했다. 특히 밀라노프로젝트와 대구·경북을 걱정할 때는 고위공직자 출신에게 볼 수 없는 애정이 묻어났다.
지난 72년부터 30년이 넘도록 몸담은 산자부에서 이 회장은 거의 독보적 존재였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 합격해 상공부에 들어왔고,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떠난 미국으로 유학을 가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특히 산자부 시절에는 특유의 추진력, 아이디어로 정평이 났다. 주위에서는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업무처리 능력을 들어 사무관 시절에 벌써 "차관까지는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안사태'로 그가 장관에 '컴백'하고 난 뒤 19년간 끌어온 방폐장 부지선정 작업도 마무리됐다.
작년에 무역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의 '천성'은 변함이 없다. 'FTA전도사'역을 자임해 총35회의 강연을 다니며 한미FTA의 민간창구역을 하고 있고,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그의 열정은 "몸이 피곤한 것이 마음이 피곤한 것보다 낫다."는 그의 말에서도 풍겨난다.
-산자부 장관 시절 2천억불, 무역협회장이 되어서는 3천억불 수출시대를 열었다. 수출 3천억불의 의미는.
▲지난 64년 1억불 수출 달성 후 42년만에 3천억불을 기록해 연간으로는 21% 성장한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3천억불을 달성한 국가는 모두 10개국으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의 선진국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넘어 3만불 시대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는 걸 의미한다.
-수출은 크게 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아직 위기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출이 내수를 포함한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수출이 경제성장이나 고용, 내수활성화를 끌고가기에는 미흡했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출 외형은 늘었지만 채산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들은 원화절상 때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불안에 대한 대책은.
▲무역흑자로 달러가 넘쳐나고 또 원화에 대한 고평가 기대 때문에 일부에서 투매현상까지 일어나 원화가 점점 강세를 띠고 있다. 지금 우리의 중소기업 중 65%는 환율에 무방비 상태다. 그래서 수출보험공사와 제휴해 환변동보험을 만들었다. 무역협회가 중소기업의 환위험관리를 위해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작년에 636개 업체가 이용했는데 올해는 1월에 이미 383개 업체가 이용 신청을 했다. 정부가 외환 수급 문제를 책임져야 하지만 기업 스스로도 환변동보험에 적극 참여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한미FTA 협상 전망은.
▲업종별로는 이익이 되는 업종도 있고 손해보는 업종도 있다. 농산물 분야는 우려가 된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어느 한 나라가 지고 한 나라는 이기는 '제로섬게임'이 아니고 '윈윈'이 될거다. 농산물 분야 등은 한-칠레 협상 때도 그랬지만 양허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있다. 또 양허를 하더라도 이행기간을 장기간으로 하고 세이프가드 조치를 하면 된다. 한-칠레 협상때도 우려를 많이 했지만 많이 보완이 되고 있다.
-대구 섬유산업은 영향이 없는지.
▲한미FTA 협상은 대구 섬유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지금 섬유산업은 대미수출이 줄고 있다. 자칫 미국시장은 잃어버린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많다. 섬유산업 입장에서 FTA는 잃어버린 미국시장을 찾을 수 있는 찬스다. 우리는 양허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고 미국쪽이 오히려 주저하고 있는 분야다.
-대구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 프로젝트 속에는 섬유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있고 염색기술개발사업, 패션디자인 산업 등이 있는데 염색기술사업은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다. 특히 염색기술 연구소에서 만든 디지털나염기술은 세계적으로 뻗어가고 있고 전국에서 대구염색기술연구소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다만 봉무동 어패럴 밸리 사업이 계획보다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그걸로 밀라노프로젝트가 실패라고 하면 안된다. 봉무동 어패럴 밸리사업이 아직 빛을 못보고 있지만 대구 섬유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회장으로 최대 관심사는.
▲6만4천여 회원사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지방의 중소 무역업체를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또 수출 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무역기금을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작년에도 200억원을 적립하는 등 착실하게 기금을 늘리고 있다.
-지방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지방무역인들을 위해 상반기 중에 무역협회 1, 2층에 서비스센터를 만들겠다. 바쁜 바이어들과 지방에서 상담하기 어려울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또 지방 무역인들의 창업 지원을 위해 창업보육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하겠다. 대구·경북은 4천200여 회원사가 있을 정도로 무역업체가 많은 곳이다. 그만치 해야할 역할이 많다. 올해는 대구에 무역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방통상 전문가를 채용해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 유망 시장의 바이어 발굴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개척단을 파견할 것이다.
-대구.경북 지자체와 협력해서 하고 있는 지원사업은.
▲무역협회가 무역 전문 인력을 양성해 100% 취업시키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구에서도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지난번의 대구시에서도 요청이 있었다. 당장 올해는 못하더라도 중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무역아카데미에서 교육생을 선발해 강도 높은 교육을 거치면 100% 무역업체 취업이 가능하다.
-대구 섬유 등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의 발전 방향은.
▲대구와 경북은 밀라노 프로젝트와 별개로 IT와 바이오, 나노산업, 문화관광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포항은 나노기술센터가 있고 상주와 안동권에는 바이오센터가 설치돼 있다. 바이오센터는 산자부가 중점 설치하고 있다. 경북 북부가 산업기반이 열악한데 나노나 바이오 산업의 특화가 가능하다. 대구는 섬유와 자동차 부품, IT, 안경산업 등 전통산업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대구·경북 수출기업인에 당부할 말은.
▲대구 섬유인들은 환율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마진과 인건비 때문에 국제 경쟁력도 극도로 약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개발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대구·경북은 중소기업 창업이 많은데 착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하며 무역협회도 노력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 약력
▷1949년 경북 안동 출생 ▷67년 서울사대부속고 졸 ▷7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 ▷72년 행정고시 제12회 합격 ▷75~83년 상공부 행정사무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83~92년 상공부 초대 정보기기과장, 수출1과장, 총무과장 ▷93~98년 상공부 전자정보공업국장,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99~2000년 산자부 차관보▷2000~01년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2001~02년 산자부 차관 ▷2002~03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2003/04~03년/12월 서울산업대 총장 ▷2003~06년 산자부 장관 ▷2006/02~현재 한국무역협회장, 한미경제협의회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