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오의 무전여행

입력 2007-02-03 07:37:51

마오의 무전여행/ 샤오위 지음/ 강성희 옮김/ 프리미어프레스 펴냄

마오쩌둥(毛澤東)이 한때 조국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꿈으로 가득했던 '몽상가'적 젊은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배움을 갈구하고 영웅을 꿈꾸는, 단순명료하고 강압적이며 완고한 소년이 훗날 세계사를 뒤바꿀 혁명가로 성장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위대한 인물이 젊은 시절은 어땠더라 하는 전설은 곧 부풀려지게 되고, 결국에는 그의 적들까지도 전설 만들기에 동참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념 대립의 시대 중국 공산당이 펴낸 마오쩌둥에 관한 이야기는 정치 선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1959년)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쓴 마오쩌둥 전기는 진실보다 선전을 더 중요시하는 당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때문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의 성장 과정, 특히 의식의 형성 과정을 가감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어렵지만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자연히 그 인물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역사적 배경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그 관심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역사, 세계를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저자 샤오위 박사는 많은 혁명가를 배출한 창사의 제1사범학교 마오쩌둥과 동창생이다. 세계열강이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1917년 여름 마오쩌둥은 샤오위와 함께 중국 남부로 향하는 무전여행을 떠난다.

무전여행은 자유로움과 낭만에 이끌려 시작됐지만, 비판의식을 갖고 사상을 정립해 가던 이들이 주린 배를 감싸쥐며 여러 사람과 만나고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중국 현실을 배우고 체험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의 에피소드는 저자가 마오쩌둥에게 직접 들었거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들이다.

조국 중국을 사랑하고 그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젊은이는 열띤 토론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고, 중국 공산주의의 모태가 된 '신민학회'를 함께 설립하지만 결국에는 사상적 차이로 결별한다. 마오쩌둥은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로, 샤우위 박사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최초의 중국인이 된다. 중국 공산당이 탄생하기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샤오위 박사는 "마오쩌둥의 사상 형성기와 중국 공산화 운동의 탄생 및 조직적인 전개 과정에 관한 거짓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최초의 책"이라며, 이 책을 쓴 목적이 "영웅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산적을 비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샤오위 박사의 생각에는 영웅과 산적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산적과 영웅은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뛰어난 개인이나 미치광이들일 뿐이다. 다만 둘을 나누는 경계는 그들의 끼어듦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젊은날의 마오쩌둥을 만나 우리의 오늘을 토론해보자. 400쪽, 1만3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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