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가 처음으로 관리 선발 기준으로 삼았던 '身言書判(신언서판)'은 조선조까지 인재 등용의 기본준칙으로 여겨져 왔다. 외모'말씨'文筆(문필)'판단력 등 네 가지 조건이 관건이었다. 예로부터 반듯한 생김새와 첫인상은 자질이나 능력과 함께 한 사람의 人生航路(인생항로)를 결정지을 만큼 중시됐던 셈이다. 능력 본위의 가치관이 확립된 현대사회에서조차 '신언서판'은 잘 보일 수 있는 요건임엔 틀림없다.
○…就業難(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그간 일자리를 얻으려는 젊은이들의 면접 戰略(전략)이 외모 중심으로 바뀌기도 했다. 남성들마저 머리모양'양복'넥타이'구두에 신경을 쓰는가 하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인사법과 걸음걸이까지 배우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하지만 效率性(효율성)과 창의력이 점점 더 강조되는 우리 직업문화의 내일을 위해 새롭게 요구되는 건 분명 그 이상일 것이다.
○…기업 채용 트렌드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명문 대학 출신, 필기시험 성적, 토익 점수가 좌우하던 시대가 지났다고나 할까. 자기소개서를 잘 쓰고, 면접 때 말 잘하는 것도 거의 마찬가지다. 그 대신 創意性(창의성)과 위기관리 능력, 사회적 親和力(친화력) 등이 중시되는 경향이다. 계량화하거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항목들이 중시된다는 얘기다.
○…어떤 업체는 合宿(합숙)면접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지원자들이 토론과 想像力(상상력)을 총동원해 주제에 맞는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가 하면, 면접 때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해 응답이 많이 오는 사람을 친화력이 높다고 채용한 업체도 있는 모양이다. 또 어떤 기업은 체력과 도전정신, 위기 극복 능력 등을 시험하려고 TV 서바이벌 게임과 연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무튼 요즘 기업들의 채용 절차의 파격을 보면 隔世之感(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맞춤형 선발 과정도 한가지다. 중국 고전의 '聖之時者(성지시자)'는 때를 알아보고 시기를 잘 맞춰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지혜와 기교도 필요하다는 뜻까지 담고 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가 남긴 묘비명 '여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쓸 줄 알던 사람이 잠들었다'의 의미를 새삼 되짚어보게 하는 까닭은 '왜'일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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