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주) 측이 어제 본사 사옥 移轉地(이전지) 결정을 밀어붙였다. 우리가 바랐던 바와 달리 확정 발표부터 강행한 것이다. 현지 주민들이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중시해 조율과 공감 조성 작업에 더 공들이길 바랐지만 선택은 달랐다. 대신 한수원 측은 사옥은 東慶州(동경주)의 양북면 장항리에 두고 사원들 주택단지는 현 시가지 인근의 西慶州(서경주)에 만들겠다고 했다. 동경주-서경주 양쪽 모두에 '떡'을 조금씩 나눠줘 입막음하는 수를 쓰려 한 듯 보인다. 苦肉之策(고육지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발표가 경주의 龜裂(균열) 봉합이나 和解(화해) 복원에 결정적 계기가 돼 줄지에는 언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차피 양측의 양보나 공감을 얻어내려는 절차가 무시된 데다 발표된 내용에마저 양측이 그다지 만족 않기 때문이다. 동경주는 동경주대로 부족한 게 많다고 불평이고, 서경주는 거듭 강경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수원 부대시설들과 6, 7개 협력업체들의 입지 여하에 따라서 갈등은 더 增幅(증폭)돼 춤출 소지까지 있어 보인다. 까딱하다간 방폐장 건설 자체마저 위태로워질까 두렵다.
입지 결정이 合理性(합리성)을 상실한 畸形(기형)이라는 점은 또 다른 걱정까지 부르기에 충분하다. 일할 사람이 사는 곳과 일할 터전이 멀리 떨어져 구상된 게 그 출발점이다. 둘은 인접해 있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번 선택은 그 기본을 거슬렀다. 불편과 불평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온갖 핑계가 다 쌓일지 모른다. 그걸 뜀틀 삼아 한수원 자체가 점차 慶州圈(경주권)을 벗어나가려 하는 때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서울사무소'를 차린 뒤 점차 본사로 키우는 반면 '동경주 본사'는 죽여 간다면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그런 과정을 통해 늘 빈 껍데기가 돼 온 것이 지방이었던 사정은 일본에서도 매한가지이다.
狀況(상황)이 이런데도 경주시민들에게만 이번 결정을 양해하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일 터이다. 공이 여전히 한수원에 있다는 얘기이다. 이미 어겨버린 '주민 공감대 우선 구축'이란 절차를 이제 와서 되돌리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할 수 있는 일에 어떤 게 있을지 걱정스럽다. 더디고 힘들더라도 지역과 함께 걸음을 맞춰 걸어야 한다는 진리를 지금이라도 깨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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