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의 교육프리즘)자신감과 적극성

입력 2006-12-26 07:37:52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 둔 시점에서 상당수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아직도 지망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눈치만 보고 있다. 해마다 대입지원 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애타는 모습을 지켜본다. 수능시험이 쉬워 변별력이 떨어지는 해일수록 눈치작전은 극심하여 전체 총점의 1% 이하의 차이를 두고 안심하거나 불안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준점수 800점 만점에 8점은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8점이라는 점수는 대학과 학과를 바꾸며 결국엔 인생의 큰 흐름을 바꿔버릴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자신 있게 원서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운 것이다. 자녀 교육에 성공한 집은 남다른 비법을 가지고 있고 엄마가 유달리 현명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 등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생물학자이다. 그가 쓴 '제3의 침팬지'는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아주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침팬지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을 제3의 침팬지로 분류하면서 그 이유를 DNA의 분석에서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는 DNA 즉 유전형질의 98.4%가 같은 모습과 특성을 가지고 있고, 차이는 1.6% 이하이다.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보다는 침팬지와 인간이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그렇게 다르고 또 훨씬 우월할 수 있는 것은 언어능력 때문이다. 인간은 정교한 언어를 향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물을 발명하고 인생과 예술을 논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1.6%의 작은 차이'가 '의미 없는 98.4%의 같음'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듯이 자녀교육에서도 아주 미세한 요소가 성패를 결정짓는다. 많은 학생들이 지능지수, 학습 방법, 학습량 등에서는 다른 학생과 비교해 볼 때 90% 이상 비슷한데 왜 성적 차이가 나는지 의아해 한다. '자신감과 적극성'이라는 결정적인 요소는 너무 미세하여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나면 그 동안 우리를 들뜨게 했던 입시 열기는 사라지고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저학년 학생들은 장차 다가올 입시를 생각하며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닐 것이다. 휴식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지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방학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겨울 기초학력을 다지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짧게나마 여행을 하며 꿈을 키우는 것이 새봄이 왔을 때 훨씬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보자.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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