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올해 벗겨준 '억울한 누명들'

입력 2006-12-25 10:33:35

"옥살이를 할 뻔했는데 진실이 밝혀져 다행입니다. 죄가 없는 사람들이 자칫 잘못했으면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습니다." 검찰은 올 한 해 동안 처리한 사건 중 '억울한 피의자의 누명을 벗겨준 사건'을 선정해 24일 발표했다.

◆얼굴이 닮아 누명 썼던 택시기사

택시를 운전하는 장모 씨는 올해 5월 경찰에 긴급체포돼 검찰로 송치됐다.

택시를 타고 가다 성추행과 강도를 당한 여성 2명이 체격이 호리호리하고 눈매가 위로 치켜 올라간 인상의 장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들은 "택시에 1시간 동안 있었는데 범인의 얼굴을 모르겠느냐. 범인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한 결과 장 씨가 범행 장소와 다른 곳에 있었고 피해자가 탔던 차종과 다른 택시를 운전한 사실도 확인했다.

관내에서 발생한 비슷한 택시강도 사건을 검토하다 보니 또 다른 택시기사 서모 씨의 용모가 피해자들이 범인으로 지목한 장 씨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도 나중에 알게 됐다.

검찰에 불려온 피해자들도 서 씨의 얼굴을 본 뒤 장 씨와 얼굴이 흡사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서 씨를 범인으로 다시 지목했고 서 씨도 범죄행각 전체를 털어놨다.

◆보험사기꾼에 걸려든 '역주행 운전'

마을 주변을 빙 돌아야 하는 도로 대신 일방통행으로 지정돼 있는 도로를 종종 역주행해 귀가하던 회사원 김모 씨는 올해 1월 접촉사고를 내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김 씨는 "내가 역주행한 것은 맞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사건 경위가 왠지 이상하다. 내가 오히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검사는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자들의 전과를 조회한 결과 모두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좌를 추적하고 통화내역이나 보험금 수령내역을 확인해 추궁한 결과 "역주행 차량을 상대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역주행 약점을 잡아 보험금을 받기로 공모했다."는 진술을 끌어냈다.

김 씨는 억울하게 교통사고를 냈다는 점이 인정돼 '공소 취하' 처분을 받았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의 고진원 검사는 "교통사고 가해자로 몰려서 벌금까지 납부할 뻔한 피해자를 철저한 수사 및 공소유지로 구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간·납치교사범'…알고 보니 무고

경찰관 이모 씨는 올해 4∼7월 20여 차례에 걸쳐 강간이나 납치 교사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9월에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 씨와 동거를 하다 헤어진 김모 씨가 앙심을 품고 자신의 제자들을 동원해 허위고소를 남발한 탓에 자신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것.

김 씨는 제자들이 말을 바꾸지 않도록 손해배상을 약정하게 하고 2천만 원 가까운 돈을 들여 허위 녹취서와 고소장 등 무려 1만 쪽으로 자료를 만들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제법 짜임새 있는 허위자료가 제출됐으나 이 씨는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했고 검사도 무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검사의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김 씨와 그녀의 제자들은 범행 및 공모 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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