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 몰리자 대리운전 '특수'

입력 2006-12-22 09:30:06

1시간 기다리는건 예사…외곽지역은 운전거절도

"30분 뒤에 오겠다고 해놓고 1시간쯤 지나 다시 연락 와선 이제 출발한다더군요. 그것도 시 외곽이라고 2천 원 더 줘야한다고… "

지난 15일 수성못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북구 칠곡지구까지 가야했던 유모(35) 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다 지쳐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평소 같으면 전화 통화 후 5~10분 사이에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했지만 요즘은 30분~1시간 기다리는 건 예사가 됐다는 것. 유 씨는 "연말이라 바쁜 건 이해하지만 도착 가능한 시간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줘야 밖에서 떨며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말을 맞아 대리운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리운전 업체도 넘치는 연말 수요에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 특히 송년회 등으로 매일같이 술자리가 이어지고 경찰의 음주운전 집중단속까지 겹치면서 시 외곽 주변에 사는 시민들의 대리운전 구하기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실제 대리운전 기사들이 시 외곽 지역 대리운전을 꺼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수기때 가까운 거리를 여러 번 운행하는 것이 수입과 직결되는 특성상 시내 운행에도 수요가 넘치자 외곽지역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는 것.

한 대리운전 기사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시 외곽 지역으로 가면 그만큼 손해"라며 "같은 요금이라면 단거리 운행 횟수를 늘리는데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크 시간대인 오후 10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최대한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다 대리운전 기사들과 대리운전 업체의 수수료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어 시 외곽으로 가려는 시민들은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7월 대구지역 대리운전 업체들이 대리운전비를 8천 원에서 1만 원으로 올리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이 업체에 입금하는 수수료도 건당 2천 원에서 3천 원으로 일제히 인상한 것. 이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 노조원 100여 명이 업체 측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20일 오후 서구 내당동 한 대리운전 업체의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충돌을 빚기도 했다.

덕분에 대리운전 업체에 밀려 고전하던 택시업계가 대리운전 틈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운전경력 30년째인 개인택시 기사 황모(57) 씨는 "눈에 띄진 않지만 다른 달에 비해 20% 정도 수입이 는 것 같다."며 "주 수입 시간대가 출·퇴근 시간에서 심야 시간대로 바뀌어 오후 10~오전 2시까지 6만 원 정도로 하루 수입의 반 이상을 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400여 개의 대리운전 업체와 50여 개의 콜센터가 있으며, 4천여 명의 대리운전 기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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