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淸廉(청렴)은 목민관(관리)의 기본 임무로, 모든 善(선)의 근원이고 德(덕)의 근본이므로 청렴하지 않은데도 훌륭한 목민관이 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다.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 논리는 지금 더욱 유효한 게 아닐는지….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에도 청렴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패방지위원회'가 '국가청렴위원회'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우리도 '부패 방지'보다는 '청렴'이라는 친근하고 밝은 이미지를 지향하면서 '타율'통제'수동적'에서 '자율'능동'긍정적'으로 나아가려는 意志(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긴 하다. 맑은 하늘(투명한 사회)을 보기 위해 때로 찌든 유리창을 세제(형벌)로 닦아내는 움직임(부패 방지)보다 비 내린 뒤 맑고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청렴)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 나아지고 있을까.
◇국가청렴위원회가 304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힘 있는 기관'들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0점 만점에 검찰청은 7.8점으로 14개 廳(청) 가운데 최하위이고, 부패 경험 점수는 7.01점으로 전체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도 꼴찌였다. 또한 국가청소년위원회와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각각 7.47점, 8.03점으로 최하 수준이었다.
◇힘 있는 청 가운데는 경찰청(8.35점)'조달청(8.36점)이 검찰청 다음이었으며, 광역자치단체 중엔 9점 이상을 받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자치단체는 消防(소방)시설 점검 업무에, 기초자치단체는 住宅(주택) 건축과 토지 개발 인'허가 업무에 부패가 심하며, 지방 교육청에선 학교급식과 운동부 운영 관리 업무의 금품'향응제공률이 3.5%와 4.1%로 전체 평균보다 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올해의 종합 청렴도가 지난해보다 고작 0.09점이 오른 8.77점으로 나타난 건 실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힘 있는 기관이나 利權(이권)이 개입되는 분야의 각성이 요구되며, 청렴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격상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인식의 확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같은 氣風(기풍)의 정착은 국가기관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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