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저항..찻잔속의 태풍?

입력 2006-12-20 09:10:55

올해 종합부동산세 신고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게 나왔다.

국세청의 홍보와 신고 유도 노력 등도 큰 작용을 했지만 저항하며 버티는 것 보다는 3% 공제혜택이라도 받고 보자는 '계산'이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강하게 들끓던 종부세 저항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잦아들면서 보유세 현실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 방지 등 종부세 강화의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종부세 대상자와 세부담이 훨씬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높은 신고율에 국세청도 놀라

국세청은 확대된 세부담, 일부 단체의 납세 거부 운동 등으로 올해 종부세 신고율이 90%대만 기록해도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종부세 대상자가 작년의 5배에 육박하는 등 세부담이 늘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의 법 개정 청원과 위헌 가능성 제기 등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 신고율은 97.7%로 작년의 96.0%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19일 잠정 집계됐다. 전체 일선 세무서 107개중 39개는 100%의 신고율을 기록했다. 국세청 담당자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 3% 공제 당근..국세청 노력도 큰 몫

전군표 국세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0%이상만 되면 성공적이라고 봤는데 국민들의 성숙한 납세의식을 보여줬다"며 납세자들의 성실 신고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국회에서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야 한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높은 납세의식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종부세를 둘러싼 반발 움직임과 관련, 납세자 대상 홍보와 일선 세무서의 신고 유도 노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종부세 대상자들을 상대로 평균 3통가량씩 수백통의 안내 전화를 돌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병원에 입원중인 납세자 등은 직접 찾아가 신고서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청장은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주요 종교계 인사를 직접 만나 종부세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종교계 언론계 학계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홍보전을 펴기도 했다.

특히 자진 신고.납부 기간에 종부세를 내면 3%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비해 이 기간을 지나면 공제 혜택이 없어지고, 고지서를 받고도 버티면 3%의 가산금이 붙으며 이후 매달 1.2%의 중가산금이 60개월간 부과된다는 제도 내용이 납세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면서 힘을 발휘했다.

이런 과정에서 종부세 대상자들 중에는 부모 사후 모르고 있던 상속 부동산을 확인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

◇보유세 정상화 계기 되나

국세청은 종부세 신고율이 98%에 육박한 것과 관련, 우리나라의 보유세제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아 처음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미국은 시가대비 1.5∼1.6%, 일본은 1%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는 올해 공시가 대비 0.4∼0.6%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보유세의 정상화가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 수요 등을 잠재우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금 이자 등 기회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세부담이 많은 다주택을 끌고갈 지 여부에 대해 주택 보유자들이 새롭게 판단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얘기다.

국세청 분석 결과 시가 10억원(공시가 8억원)짜리 주택 보유자가 시가 5억원짜리 주택을 추가 구입해 3년뒤 6억6천여만원에 매각하는 경우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를 물고 남은 연간 수익률은 2004년 이전 취득.양도자라면 7.49%이지만 종부세가 도입된 작년이후 취득.양도하는 경우에는 정기예금 수익률을 하회하는 3.22%에 그쳤다.

국세청은 3주택이상 보유자가 2주택 초과분을 모두 팔면 19만 가구의 주택 공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내년 종부세 대상자가 올해의 2배 수준인 70만~8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인 만큼 종부세를 둘러싼 반발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종부세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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