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류공원 너구리떼 '애물단지'

입력 2006-12-20 08:54:41

대구 두류공원에 서식하는 야생 너구리가 30여마리를 넘어서면서 공원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낙엽이 져 마땅한 은폐물마저 사라진데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탓인지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두류공원에선 대낮부터 먹이를 구해 식당 주변을 배회하는 너구리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가 하루 2번 제공하는 사료와 공원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차지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너구리들이다.

이렇게 너구리가 자주 눈에 띈다면 나름대로 두류공원의 명물이 될 법도 한데 공원 측은 오히려 방문객들이 너구리와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귀여운 외모에 멋모르고 접근했다가 물리거나 할퀼 수 있고 병균이나 기생충이 옮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에서 너구리가 처음 발견된 때는 지난 2003년께이다. 1~2마리씩 출몰하던 너구리는 공원관리사무소가 사료를 주기 시작한 뒤 폭증해 3년 만에 30여마리로 늘어났다.

너구리의 번식기는 3월로 한배에 3~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현재의 증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도 개체수는 50~60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이 너구리들이 광견병에 감염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3월께 너구리 1마리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에 불과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지난해 검사결과 고양이에게 많은 편충 등이 검출돼 기생충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사료량을 줄여 굶주린 너구리들이 생태통로를 따라 앞산 등 타지역으로 이주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사료를 받아먹으면서 야성을 잃은 너구리가 먹이를 찾아 주택가를 배회할 것이 우려된다.

결국 너구리를 사로잡아 강제 이주시키거나 동물단체들의 주장처럼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수 밖에 없지만 시는 야생 너구리를 포획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동물보호협회는 19일 "포획이 까다롭긴 해도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고 야생 너구리 중성화 수술 비용은 마리당 5만~8만원에 불과하다"며 "처음부터 개체수 조절에 들어갔으면 됐을 것을 시 공무원들이 번거로운 일을 맡지 않으려다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만일 대구시가 너구리 포획을 책임진다면 중성화 수술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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