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황색바람'잇는 은반 요정 김연아

입력 2006-12-19 08:57:01

한 해가 저물면서 스포츠계도 2006년을 결산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가 각 언론사 스포츠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스포츠 10대 뉴스'를 선정한 결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 한국 야구 4강, 삼성의 프로야구 2연패, 이승엽 홈런 열풍, 설기현 프리미어리그 돌풍 등의 뉴스가 뽑혔다.

그러나 '은반의 요정' 김연아의 세계 시니어 피겨 무대 첫 우승이 다른 뉴스들을 압도하며 1위로 뽑혔고 '수영 신동' 박태환의 돌풍이 7위, 장미란의 여자 역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가 9위에 선정됐다. 야구, 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굵직한 뉴스보다 척박한 동토에서 꽃을 피운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 여자 역도의 세계 제패와 세계 제패 가능성을 보인 뉴스는 훨씬 의미있게 다가온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 자유형은 오랫동안 세계 정상과의 기량 차가 워낙 커 오르지 못할 나무로 치부됐으나 한 해에 두 명의 세계 정상급 스타가 혜성처럼 나타났으니 이만저만 의미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 중 첫 손 꼽히는 '김연아 돌풍'은 김연아가 18일 시니어 그랑프리 왕중왕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함으로써 정점에 달했다. 김연아는 세계 랭킹 1위를 지켜온 이리나 슬로츠카야(러시아)에 이어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차세대 '은반 여왕' 자리를 다투게 됐다.

피겨 스케이팅은 유럽과 미국 등 백인 선수들이 세계 정상을 휩쓸어 왔고 여자 싱글 부문도 백인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동계올림픽 초창기인 1920년대와 30년대 소니아 헤니(노르웨이)가 은반의 여왕으로 군림했고 1960년대에는 페기 플레밍(미국)이 스타 계보를 이었다. 1980년대에는 당시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가 실력에다 섹스어필한 미모까지 더해져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에는 옥사나 바울(러시아), 타라 리핀스키, 사라 휴즈(이상 미국) 등이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활약했다.

1990년대 들어 일본계 미국 선수인 크리스티 야마구찌, 일본의 이토 미도리, 중국계 미국 선수인 미셸 콴 등 동양계 스타들이 동계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정상에 자리잡았다. 백인 위주의 피겨 여자 싱글에 '황색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것이다. 올해 초 토리노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에선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가 예상을 깨고 우승,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한국계 미국 선수인 남나리가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 후 페어 스케이팅으로 전환하는 등 남의 우승 잔치를 구경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김연아의 출현으로 인해 한국의 피겨 스케이팅도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국내 피겨 등록선수가 채 100명도 되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어리고 야무진 16세 소녀 김연아는 자신이 가야할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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