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첫회의서 北美 충돌…BDA 회의 19일 개최

입력 2006-12-19 00:14:27

北, 핵군축회의 불가피-제재해제.적대시 정책 철폐

북한과 미국이 18일 13개월 만에 열린 6자회담 첫 회의에서 현격한 의견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특히 이른바 '핵폐기 초기이행조치'와 '상응조치' 등 현안에 대한 접점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으며 '핵군축 회담 불가피'(북) 주장에 '인내의 한계 초과'(미)로 대응하는 등 신경전을 더욱 가열시켰다.

이처럼 6자회담의 핵심 당사국인 양측의 의견차가 노정됨에 따라 13개월 만에 열린 6자회담도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2단계 1차 전체회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의 최종목표라고 전제하면서도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 논의를 하고자 할 경우 핵군축회담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또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 및 9.19 공동성명 이후 시행된 유엔제재 등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공동성명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 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조건이 성숙할 경우 현존 핵프로그램 포기 논의가 가능하다고 전제, 이를 위해서는 ▲미국내 북한을 적대시하는 법률.제도적 장치 철폐 ▲유엔 제재 등 모든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현존 핵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북한은 이어 제제 압력이 강화되고 지속될 경우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강조한 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미.북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돼있으나 이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 달성시에만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 이번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논의에 주력하고 워킹그룹을 조직해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간 활동계획을 수립할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비핵화가 될 경우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비핵화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모든 것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국의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전체 핵폐기 과정을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이른바 '패키지식 접근방안'을 제안했다.

천 본부장은 "전체 핵폐기 계획을 몇 단계의 패키지로 나누어 작성, 이행하는 것이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장국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이번 회담의 의제를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구체조치 확정 ▲초기단계 조치와 관련한 각측의 행동 등에 대한 토론.확정 등 두가지로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각측이 정치적 지혜와 결단, 용기를 통해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및 동북아의 새로운 구도 창출 등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그는 밝혔다.

또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북한측에 핵폐기를 위해 조기에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한편 납치문제와 핵.미사일 등 제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조프 주중대사는 6자회담의 최종목표를 ▲한반도 비핵화 ▲미북관계 정상화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정상적 조건 조성이라고 제시하고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패키지 딜과 같은 현실적인 접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과 미국의 양자회동이 이틀 연속 불발됐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18일 오후 열릴 것으로 알려진 북미 양자회동이 북한측의 '무응답'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양측의 회동은 전날 오후에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이 사실상 '거부'하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특유의 협상지연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북미 양국이 열기로 의견으로 모은 BDA 실무회의는 19일 북한의 재무전문가들이 도착하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실무회의에는 북한의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미국의 대니얼 글래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과 사실상 연계돼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 BDA 실무회의에서 북미 양측이 접점을 못찾을 경우 미국 등 관련국들의 '분리원칙'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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