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두고 성호 이익(조선 중기 실학자·1629~1690)은 이렇게 말했다.
"영남의 큰 물은 낙동강인데 사방의 크고 작은 하천이 일제히 모여들어 물한방울도 밖으로 새어 나가는 법이 없다. 이것이 바로 여러 인심이 한데 뭉치어 반드시 화합하고 일을 당하면 힘을 합치는 이치이다."
이처럼 낙동강 유역은 빗물이 모여 물결치고 흐르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역사와 민속, 문화적 유형을 만들어왔다. 유역에 산재한 민속놀이는 자연이 배경되고 인간이 재창조한 합작품이다. 물이 토양을 배양하고 토양은 자연생태를 변화시키고 자연생태는 인간과 공동체의 문화적 욕구를 흡수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를 보면 ▲태백 천제제(삼한시대부터 민족신앙을 근원으로 하는 제례) ▲봉화 싸시래기(집들이나 초상때 행하는 민속)▲영양 원놀음(동네청년들의 민속극) ▲영주 용꼬리다기(임진왜란때 백성 단합) ▲영풍 순흥줄다리기(순흥부 부설 기념) ▲안동 하회별신굿(제의탈놀이) ▲문경 석진놀이(임진왜란 민병 대활약) ▲상주(정기룡장군놀이-임진왜란 정기룡장군 기념) ▲예천 통영농요(농경축원) ▲영천 곳나무놀이(이웃마을간 놀이) ▲청송 회싸움(이웃마을 화재예방) ▲김천 빗내농악(풍년제) ▲구미 사직안(국태민안) ▲군위 박시놀이(마을기운 만들기) ▲의성 가마사움(서당놀이) ▲고령 장승제놀이(풍년기원) ▲성주 내황당산기우제(마을기원제) ▲청도 천왕기싸움·차산농악(마을간 위세 겨룸) ▲칠곡 부락제(국태민안)▲대구 달성동제(주민화합) ▲산청 기우제(농경안정기원) ▲의령 황소싸움(전통놀이)▲창녕 영산쇠머리대기(차전놀이) ▲진주 진주농악(풍년기원) 진주검무(관기 충절)▲함안 화천농악(풍년기원) ▲양산 가야진제(국태민안·기우제) ▲밀양 백중놀이 머슴농신제 ▲김해 가락오광대(탈놀이) ▲부산 구포당산제(마을기원)등이 있다.
예전 낙동강 생명교류의 장은 나룻터였다. 시장으로서의 기능과 세상살이의 문화, 문명을 교류하는 터전이었다. 낙동강에는 약 300여개의 나룻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 본류에만 100여개가 있었다.
종점나루라고 일컬어지는 상주 낙동나루가 있었고 대구의 사문진나루도 상하류간을 연결하는 물류기지였다. 고령 개포나루, 합천 율지나루, 양산 원통의 가야진나루, 물금의 물금나루도 유서가 깊은 곳이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낙동강 유역민의 삶과 생활방식은 서서히 자연의 법칙과 유리되기 시작한다.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은 화전과 석탄광산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해발 660m가 넘는 삶의 자리에서 화전민들이 '갈풀썰이(퇴비를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를 부르면서 애환을 달래고 동광, 서탄광을 파헤쳐 얻은 돈으로 '사시랭이'같은 놀이노래 가락속에 노름행각에 빠져 패가망신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태백의 삶과 문화가 그렇듯 낙동강 유역의 도시와 마을도 공업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애초부터 간직해온 '자연의 것'과 '인간의 것'에 대한 균형이 급격하게 붕괴됐다. 한국사회의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이동, 생활방식 변화 등은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고향의 의미를 퇴색시켰지만, 우리는 낙동강 유역민의 새 문화가 창조될 그날을 위해 역사적, 문화적 내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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