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에세이] 주사이야기

입력 2006-12-14 16:21:18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이 병원을 겁내는 가장 큰 이유는 주사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주사 주는 나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어쩌다 한 번씩 보는 친구의 아이들도 나는 아빠의 친구이지만 언젠가 나에게 주사를 준 무서운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지 않고 약만 처방받아 왔다면 왠지 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의사들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필요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사를 주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주사를 주지 않는 병의원은 치료를 못하는 의원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도적 제한이 한몫을 한 면도 있지만 의사들의 주사처방은 현저하게 줄게 되었고 특히 소아과에서는 예방접종과 같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사를 거의 주지 않게 되면서 주사 주는 의사의 입지는 점점 더 줄게 되었다.

주사. 과연 필요한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주사는 필요한 환자에게는 더없는 치료 수단이라는 것이다. 먼저 보면 소아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예방접종이다. 현재 예방접종의 대부분은 주사제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다음으로 경구 투여가 불가능한 환자의 치료에 이용되는 것이다. 경련을 하는 환자에게 약을 먹여 치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사제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빠른 치료 효과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주사제를 이용할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심각한 알러지 반응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자에게 주사는 생명줄이 될 수 있다.

주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주사제 선택의 결정에 의학적인 필요성이 좀 더 앞선다면 불필요한 주사의 사용은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대훈 (미래연합소아청소년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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