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도하)가난·부상 이긴 불굴의 투지

입력 2006-12-13 10:01:33

가난·부상 이긴 불굴의 투지

도하서 '金빛'으로 결실

사격 인도 라나 아버지가 사준 탄환으로 연습

역도 태국 통숙 무릎 부상딛고 세계신기록

체조 일 미즈토리 부상이력 투혼으로 극복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와신상담, 더욱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 있다.

질병과 가난, 협회의 무관심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도 3개의 금메달을 따낸 인도 사격 선수 자스팔 라나(30).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사격대표팀 훈련장에 합류하지도 못했다. 인도사격협회의 재정난으로 연습용 탄환은 개인이 구입해야 훈련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가난했던 라나는 탄환을 살 돈이 없었다. 겨우 구한 탄환도 아들의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이웃에 돈을 빌려 사 준 것.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 문 채 집에 개인 사대를 임시로 만들어 연습에 매달렸다.

겨우 도하에 도착했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의사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어지럼증이 닥쳐왔다. 임시방편으로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출전했다. 갖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3관왕에 오른 그는 "선수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인도사격협회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의 독주 속에 더욱 빛난 여자 역도 63kg급 우승자 파위나 통숙(27·태국)은 지난해 하반기 무릎 부상을 당해 메달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회 직전까지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이번 대회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인상 경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 듯 했다. 경쟁자 오우양 샤오팡(중국)이 115kg을 든 반면 통숙은 110kg밖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세계신기록인 142kg을 들어 132kg을 드는 데 그친 오우양을 제친 것. 통숙은 "무릎 부상이 심해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일본의 남자체조 금메달리스트 미즈토리 히사시(26). 1999년 오른쪽 정강이 뼈 골절상, 2002년 왼쪽 무릎 인대 손상, 2004년 발목 부상 등 그의 부상 이력을 보면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당한 발목 부상은 올림픽 출전이라는 그의 꿈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부상을 이겨내고 최상의 몸 상태로 임한 결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고 도하를 찾았다. 펜싱 플레뢰 은메달리스트 이천웅(25), 여자 유도의 이소연(28)처럼 부상 때문에 아깝게 정상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적을 떠나 시련을 딛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관중들은 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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