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녀농구 세대교체 '참담한 실패'

입력 2006-12-13 08:43:57

남자는 슈터, 여자는 포인트가드 보강 절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대 교체를 단행했던 한국남녀농구대표팀이 시험무대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여자농구가 4강전에서 중국에 패한 데 이어 12일 남자농구도 8강전에서 중국에 완패를 당해 아시아 정상권이라고 자부했던 한국남녀농구는 순위결정전으로 밀린 채 기대에 못미친 성적표를 가지고 귀국하게 됐다.

남자농구는 13일 밤 카자흐스탄과 순위 결정전을, 여자 농구는 15일 새벽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남녀대표팀 모두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하기는 벅찰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이 보다는 예선리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팀들에게 고전하거나 덜미를 잡힌 것은 한국농구의 전력이 예전보다 약화됐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농구는 대표팀의 붙박이였던 이상민(KCC)과 문경은(SK) 등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을 대폭 기용했다.

미국프로농구 무대에서 뛰던 223㎝의 장신 하승진과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경희대)이 기존 대표팀의 김주성(동부)과 힘을 합하면 어느 팀 못지 않은 센터진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멍은 슈터에 있었다. 한국 농구의 기대주 방성윤(SK)은 대회 전부터 부상에 시달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12일 중국전에서도 발목을 다쳐 1쿼터 중반 벤치로 물러났다.

이 자리를 메워 줘야 했던 송영진(KTF)과 김성철(전자랜드)은 이번 대회 들어 평균 득점이 각각 7.8점과 6.2점에 그쳤다.

남자대표팀의 최부영 감독은 "이번 대회에 와서 한국농구가 처한 현실을 확실히 알았다. 방성윤 말고는 슈터가 없었고 파워 없이 기교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예선리그에서 한수 아래로 보았던 대만에 패하는 바람에 4강에서 중국을 만나야 했던 여자농구도 위기를 풀어갈 수 있는 포인트가드의 부재를 통감해야 했다.

여자농구는 부동의 포인트가드 전주원(신한은행) 등을 제외하고 대표팀을 꾸린 뒤 지난 9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차 가동을 했지만 예선리그 3전 전패를 한데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3게임만을 한 채 짐을 꾸려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젊은 선수들로 계속 꾸려 가겠다고 했던 여자대표팀의 유수종 감독은 아시안게임 4강에서 떨어진 뒤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표팀에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뼈아픈 패배 뒤 농구인들은 대책을 세우겠지만 문제는 남녀농구 모두 장기적으로 전력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남자농구의 경우 30세가 넘은 베테랑들을 다시 부른다고 해도 파워를 앞세운 중동세와 파워와 기교를 고루 겸비한 중국을 넘기에는 역부족이고 여자농구도 전주원이나 김영옥(국민은행) 등의 영입이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선배들을 뛰어 넘는 후배가 나올 때까지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침체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확연히 드러난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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