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이하 신일철).
이들 두 회사는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매년 각축을 벌이는, 영원한 라이벌 관계다. 이들은 또 네덜란드의 미탈스틸과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가 합쳐진 미탈아르셀로라는 초거대 철강사가 출범하기 이전까지는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 이 둘은 과거처럼 적(敵)이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항상 손을 맞잡는 동지도 아닌 묘한 처지다. 미탈아르셀로에 맞서기 위해 지난 2000년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두 회사가 내년부터는 양사 경쟁력 확보의 핵심인 해외원료 구매시 가격협상을 공동추진키로 했다. 막말로 '본전 공개해놓고 한판 뜨자.'는 선언을 한 셈이다.
포스코의 원료구매 담당 권영태 전무와 신일철의 미쯔오 기타가와 원료담당 임원은 11일 양사가 합의한 공동발표문을 통해 전략적 제휴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철광석 가격협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중국의 철광석 수요 증가로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가격이 급상승하는 상황에 대한 양사의 대처방안으로 나온 것.
이날 발표는 또 2000년 양사가 맺었던 상호우호지분 보유 약정(현재 신일철은 포스코 지분의 3.32% 보유, 포스코는 신일철 지분 2.17% 보유) 이후 기술 공유→철강 중간재(슬래브) 공유 합의에 이어 사실상 원료(철광석)까지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최고 경쟁관계인 두 회사 간에 완전히 속을 털어놓고 제휴관계를 더욱 깊숙히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양사의 기술력이 비슷해 서로의 경쟁력은 누가 원료를 더 싸게 구입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원료가 협상을 공동으로 한다는 것은 모든 경영여건이 비슷해지는 현상의 초기 단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날 공동 발표를 두고 "돈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한다는 냉엄한 경제전쟁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임에 틀림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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