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야학 절반 문닫을 판…"시대 역행 처사" 비판

입력 2006-12-12 10:45:26

"배우지 못한 우리 같은 늙은이들 만학의 기회를 박탈하고 뜻있는 시민들의 순수한 사회봉사 열정과 사기를 꺾는 꼴입니다."

경산 야학인 '우리학교' 입학 2년 만에 중·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이번에 대학 수능을 친 정남덕(58·여·진량읍) 씨는 예산 지원 중단조치로 야학이 운영 위기를 맞게된 것을 크게 안타까워했다.

고교 과정인 권영락(51·계양동) 씨도 "배움에 한이 맺힌 소외계층을 정부가 몰아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내년부터 야학(夜學)인 '청소년 비정규학교' 운영비 예산에 대한 '선별 지원'에 나서자 전국 160여 개 야학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청소년위는 내년부터 청소년 비정규학교의 정부 예산 지원비를 '전체학생 중 청소년(24세 이하) 비중이 80% 이상'인 비정규학교에 지원하고 나머지 학교에 대해서는 지원을 중단한다고 지난 9월 전국 시·도에 통보했다.

그러나 '청소년 비정규학교' 현실은 다르다. 25세 이상 일반인 '학생'이 오히려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10개 비정규학교 중 청소년이 30%를 넘는 야학은 단 1곳도 없다.

여기에다 경북도는 국가청소년위의 방침을 선별 적용하는 졸속 행정으로 일부 야학의 목을 더욱 조르고 있다.

내년도 국비지원액 2천500만 원에 도비 2천500만 원을 보태 5천만 원을 청소년 비정규학교 지원금 명목으로 편성한 뒤 김천, 안동, 구미(2곳 중 1곳), 영주, 영천 등 5개 야학에 대해선 1개 교에 1천만 원씩 지원하되 나머지 포항과 경주,구미, 문경, 경산 소재의 5개 야학에 대해선 지원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청소년 6명과 일반인 62명을 가르치고 있는 경산 야학 '우리학교' 최승호 대표는 "매년 자체 후원금 955만 원과 국고보조비 629만 원으로 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운영비를 어렵게 충당했으나 내년부터 예산지원을 받지못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정순자 여성가족과장은 "일반인보다 청소년 비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야학을 지원학교로 정했다."고 말했으나 실무자들은 "구체적인 비율 수치는 시·군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단계로, 아직 최종 집계가 되지 않았다."며 서로 상반되게 말했다.

전국야학협회, 일선 공무원 등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한 40~60대 소외계층들을 위해 노력하는 야학 교사와 후원자들의 사회봉사 의욕을 빼앗는 시대역행적 처사로 정부가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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