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통합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한 고려대가 채점 후기를 전격 공개했다. 논제 해설과 평가의 기준(oku.korea.ac.kr 입시자료 코너에 있음)을 보면서도 실제 채점이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해 하던 수험생이나 교사, 학부모 등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고대 교수 50여 명으로 구성된 채점단은 △논제의 요구를 무시하는 답변 △제시문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 쓰는 문장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 오류 등을 감점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당초 밝힌 평가의 기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논술시험은 정답이 없다고 해서 오답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입장에서 다양한 견해를 펼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논거가 빈약하거나 논리적 비약이 있는 논술문, 질문의 핵심을 벗어난 논술문, 제시문의 활용을 넘어서 제시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는 논술문 등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평가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원고지 작성법의 오류, 맞춤법과 띄어쓰기, 분량 등의 형식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신경을 써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채점 후기에 나타난 점들은 고려대를 지망하지 않는 수험생이라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들이다. 이와 함께 논제 해설에서 대학 측이 설명하는 내용도 찬찬히 읽어보면 통합논술의 의미와 준비 방법, 답안 작성 요령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종래의 언어논술, 수리논술이 나누어져 있었던 때와 달리 제시문들이 통합적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논제도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채점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제를 몇 가지로 구분하여 놓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논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논제Ⅰ에서는 인문·자연 공통으로 특정 제시문의 요지를 밝히라고 요구한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능력 및 자기표현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어 특정 제시문의 관점에서 다른 제시문의 견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고 덧붙였다.
논제Ⅱ는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추론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다. 고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과 얼마나 연결시켜 사고하는지, 이와 관련해 과거에 대한 추정 및 미래에 대한 예측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지는 논제들이 요구하는 답안은 더욱 복잡하고, 여러 교과목의 지식들을 얼마나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자신만의 독창적 사고가 어느 정도 정립돼 있느냐에 의해 판가름나는 형태다.
이처럼 통합논술은 개념상 대단히 어려워 보이지만 논제가 세분화돼 요구하는 내용이 구체화하고, 객관적으로 답안의 우열이 드러나는 형태로 출제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걱정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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