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창의성)대구 함지초 김영호 교사

입력 2006-12-12 07:15:55

"초등학교 교사도 적어도 한두 과목에서는 중등교사 못지 않는 전문성을 가져야지요. 저는 국어를 택했습니다."

대구 함지초등학교 김영호(45) 교사는 국어 수업에 푹 빠진 사람이다. 지난 달 말 대구 강북초교에서 열린 수업연구대회에서 '좋은 국어수업을 위한 생각'을 발표한 그는 평소 자신의 홈페이지(myhome.bbi.co.kr/kyhl)에 좋은 국어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김 교사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꺼냈다. "중간고사에서 '신라 향가 제망매가를 쓰고 쉽게 풀이하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4지 선다형에 익숙해 있던 당시로선 충격이었지요.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내는 중요성을 그 때 배웠어요."

창의성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과목이 국어라고 믿는 것도 이런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수업에서 나름의 기법들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왕이 병을 고치기 위해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구하러 신하를 보냈는데 결국 행복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속옷조차 입지 않더라는 우화가 있잖아요? 원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그렇다면 왕을 구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말하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아이들 머리에선 시장에서 속옷을 사서 속인다, 행복한 사람의 속옷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둘러댄다 등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는 것. 교훈 한 가지를 가르치는데 그치기보다 생각을 넓히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지 않는가고 했다.

김 교사는 '받아쓰기'에도 나름의 창의성을 발휘했다. 빈 칸을 채우게 하는 '빈 칸 받아쓰기', 칠판에 어순에 관계없이 단어를 나열해 놓고 쓰게 하는 '열린 받아쓰기', 짧은 문장에 형용사와 부사를 더해 긴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더하여 받아쓰기' 등이 그것. 그는 "처음부터 긴 문장을 쓰게 하면 한 단어만 틀려도 다 틀리니까, 짧은 문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갈수록 국어수업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수준 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들은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요. 대부분 책보다 인터넷을 가까이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부 아이들은 선행을 많이 해선지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낍니다. 잘 아는 것 같은데 발표를 잘 안 해요."

김 교사는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국어수업이 잘 돼야 초등교육 창의성도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창의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국어수업에서 창의성을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까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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