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탈리아·日 3국 요리사 추천 음식

입력 2006-12-11 07:01:51

◆ 중국 부추생굴면

"중국 사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술을 많이 마시지만 1차로 끝내는 게 큰 차이점입니다."

인터불고 중식당 동보성 갈장동(葛長銅)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2차, 3차 술을 마시는데다 안주 없이 과일, 마른안주만 두고 술을 마시는 것이 위장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요리를 차려놓고 40~50도 되는 독주를 마시는 것이 특징.

독주를 즐기는 중국인들은 해장을 위해 어떤 음식을 많이 먹을까?

중국 사람들이 해장을 위해 찾는 것이 주로 탕 요리. 특히 마지막에 전분을 살짝 넣어 국물이 걸쭉한 것이 특징인데, 전분은 위장을 보호해주는 성분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다.

또 중국인들은 쟈스민차, 보이차 등 차를 마셔 독주와 기름진 음식에도 건강을 유지한다. 갈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뜨겁게 만든 해장국은 먹는 당시에는 시원하게 느껴져도 속에는 결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갈 대표는 중국의 대표적인 해장 요리로 '부추생굴면'을 제안했다. 국산보다 굵고 흰 뿌리 부분이 많은 중국부추는 피를 맑게 해주고 숙취에 좋은 재료. 제철을 맞은 생굴 또한 아미노산이 풍부해 위벽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재료) 생굴, 중국부추, 양파, 새우, 생면

① 준비한 야채와 새우를 올리브오일에 볶는다. 여기에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다.

② ①에다 사골 육수를 적당량 붓고 끓인다.

③ 마지막에 생굴과 중국부추를 넣고 한소끔 끓여 낸다.

★맛은?=우선 국물이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생굴, 새우 등의 해산물 맛이 녹아들어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켤 수 있다. 생굴과 새우를 씹는 맛이 좋고, 특히 중국 부추의 알싸한 맛이 더해져 중국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이탈리아-이탈리안 양배추 수프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술이 꼭 필요합니까?"

우리와 비슷한 성정을 갖고 있으며 정열적인 민족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남성들. 술 역시 '화끈하게' 마시지 않을까. 대구에서 6년째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나폴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인 조르지오 스코파(67) 씨는 "전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술은 아주 좋은 겁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처럼 마시면 독이지요. 특히 소주와 같은 화학주는 뇌손상을 일으켜, 몸에 해롭습니다."

이탈리아의 술 문화는 의외였다. 우리나라의 비음주 인구 비율이 5% 정도라면, 이탈리아에선 음주 인구가 5% 정도라는 것. "이탈리아에선 남자가 술에 취해 들어오면 온 식구가 문을 잠그고 나가라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저 식사와 곁들인 와인 한두 잔을 즐기는 것이 고작이다. 조르지아는 특히 한국의 술 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술이 한국 사람을 다 망친다.'는 것. "술 마시는 사람은 사실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개성이 없고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죠."

이탈리아에도 숙취해소 음식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콩나물해장국처럼 일반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것으로 재료도, 조리 방법도 단순하다.

그는 술을 마시면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매운 음식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안 양배추 수프'는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대파를 사용하고 위와 신장 기능을 돕는 아스파라거스를 추가한다. 양파 역시 신장 청소기능을 해, 숙취해소에 좋다. 올리브오일은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재료) 올리브오일 4TS, 양파 1개, 대파 3대, 양배추 1/4쪽, 파마산치즈가루 30g, 아스파라거스, 물 500㎖

①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른 후 양파를 잘게 다져 넣고 익을 때까지 뚜껑을 덮어둔다.

②대파 다진 것을 넣고 역시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중간중간 오일을 추가하고 눌어붙지 않게 나무 주걱으로 저어준다.

③ 소금간을 약간 해준다. 파마산 가루가 짠맛을 내므로, 소금은 소량만 넣는다.

④ 양배추를 잘게 채썰어 넣는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천천히 조리하는 것. 그래야 영양손실이 적다는 것이다. 물을 가장자리에 두른다.

⑤ 먹기 좋게 자른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익힌 뒤 마지막에 물을 추가한다.

⑥ 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두었다가 파미산 치즈 가루를 넉넉히 뿌려 낸다.

★맛은?=올리브오일 때문에 느끼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담백하고 깔끔하다. 양배추는 고유의 향기를 간직한 채 푹 익혀져 부드럽고 아스파라거스의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특별한 양념이 없는 데도 향미가 느껴지는 것은 바로 파마산 치즈 덕분이다.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특히 섬유질이 많아, 숙취제거에 좋을 듯.

◆일본-게키카 라면

"일본 해장음식의 핵심은 바로 국물입니다. 국물이 되는 수프가 해장음식의 맛을 좌우하죠."

대구에서 12년째 일본음식전문점 '산시로'을 운영하고 있는 오 제키 미노루(71) 씨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술 문화와 해장 음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본사람들 역시 1차, 2차 거듭되는 술자리 다음날이면 얼큰한 국물을 마시고 출근한다는 것. 보통 라면을 즐겨먹는다고 한다. 특히 도쓰게키 라면, 비리카라 라면을 즐겨 먹는다고.

일본 라면의 역사는 100년도 훨씬 넘었다. 중국에서 면 요리가 건너와 일본 실정에 맞게 수프를 직접 개발하고 생면을 사용한 라면이 '시나소바'라고 불리다가 라면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60, 70년대 들어와서부터다.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라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생면과 수프를 직접 제작하기 때문이다.

라면 외에도 오뎅나베를 즐겨 먹는다. 어묵의 국물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해장음식인 것이다.

소의 내장으로 만든 모쓰나베도 해장음식으로 인기다. 곱창을 요리한 모쓰나베는 된장 국물을 사용해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 제키 씨는 수프를 만들 때 물의 중요성을 으뜸으로 쳤다. "수돗물이나 생수를 사용하면 이상하게 국물 맛이 안나요.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씩 가창에서 물을 떠 와서 음식에 사용하죠."

일본 음식을 위해선 우선 세 가지 수프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가쓰오부시 수프. 가쓰오부시와 고등어를 재료로 한 샤바부시, 마른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어 국물을 낸다. 두 번째는 양배추와 양파, 당근을 넣어 우려낸 야채수프가 필요하다. 닭고기 수프는 닭을 물에 넣고 물의 양이 반이 될 때까지 졸여준다.

게키카 라면은 얼큰한 맛이 특징으로,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장 음식. 일본에선 매운 정도에 따라 20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재료) 일본식 간장 수프, 숙주, 일본 고춧가루, 참깨, 실파, 야채수프, 닭고기수프, 가쓰오부시 수프, 생면

① 일본식 간장 수프는 간장에 돼지고기와 미림, 청주 등을 넣고 두 시간 이상 삶은 간장.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기맛의 정수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

② 야채수프, 닭고기수프, 가쓰오부시 수프를 동량으로 넣고 여기에도 간장수프를 10% 추가해 국물을 만든다.

③ 생면을 넣어 삶는다. 그 위에 숙주를 얹고 일본 고춧가루, 참깨, 실파 다진 것을 뿌린다.

★맛은?=우선 시각적으로 얼큰하게 속이 풀리는 느낌. 입가에는 매운맛이 돌지만 속은 자극적이지 않아 우리나라 고춧가루와 다르다는 느낌이다. 닭고기의 기름기가 속을 보호해주고 숙주의 아삭한 질감과 쌉싸래한 향기가 좋다. 메추리알과 돼지고기는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msnet.co.kr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