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고소설사' 출간 김광순 교수

입력 2006-12-09 07:03:33

"우리 고소설을 집대성했습니다."

김광순(67) 경북대 명예교수가 40여년 연구를 총결산하는 '고소설사'(새문사 펴냄)를 냈다. 이는 반세기만에 우리 고소설을 새롭게 정립한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1933년 '조선소설사'(김태준) 1958년 '고대소설사'(박성의), 1960년 '한국소설발달사'(신기형) 이후 제대로 된 단행본이 출판되지 못했습니다."

고소설이 대부분 창작연대와 작자 미상으로 돼 집필이 쉽지 않기 때문. 그동안 자료가 없어 대학에서도 과목이 폐강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출간된 '고소설사'에는 1천300여 편의 고소설이 시대별로 분류 정리됐다. 신기형 교수의 '한국소설발달사'만 하더라도 150여 편이 고작이었다.

고소설의 창작시기도 중세초기(9~10세기)로 500여년 앞당겼다. "15세기 '금오신화'를 기원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신라 말과 고려 초 시대의 '최치원' '조신전' '김현감호' 등에서 한국 소설의 기점을 잡았다. 특히 그동안 설화로 분류된 '조신전'이 설화가 아니라 소설로 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역설하는 점이 주목된다.

'고소설'은 한때 '고대소설'로 불렸다.

이와 관련된 웃지 못 할 일화가 있다. "30년 전에 영국 런던대학의 스킬렌드 교수가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고대소설이 있다고 해 달려온 것. 한국학자들에게 최초의 고대소설이 뭐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금오신화'라고 말했다. 금오신화는 15세기 작품. '고대'가 아닌 것. 출판업자가 붙인 '고대소설'이란 말이 학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된 해프닝이었다.

'고대소설'이 아니라 '고소설'로 바로잡은 것이 김 교수다.

'고소설'은 김 교수의 평생 과업이다.

20대 후반에 의인소설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40여년을 '고소설'에만 매달렸다. 그동안 51권의 저서에 13권의 번역서, 70여권의 편저를 냈다. 평생 10권의 책을 내기도 어려운데, 그는 130여권의 책을 내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 책도 10년이 걸렸습니다." 원고정리만 10년이지 사실상 이 책은 김 교수의 40여 년간 피나는 노력의 총결산인 셈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