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바지랑대의 노래' 낸 전경옥 매일신문 논설위원

입력 2006-12-09 07:09:43

일상의 결은 견고하게 닫혀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고 말을 걸어오는 이에게 일상은 농밀한 내면과 더불어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일상에 말걸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선사해온 본사 전경옥 논설위원의 산문집 '바지랑대의 노래'가 매일신문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200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수요일 본지에 게재되는 칼럼 '전경옥입니다'를 묶은 것.

"초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글따글하다. ..햇살 따가운 이런 가을날, 과피가 쩍쩍 갈라진 석류를 보면 왠지 안쓰럽고 짠한 마음이 든다. 저렇게 되도록 얼마나 아팠을까 싶다."-'석류'중에서.

저자의 시선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가벼움에서 무거움까지 두루두루 미친다. 알루미늄 도시락, 옥수수떡과 개떡, 늙은 호박 등 어린 시절과 조우할 수 있는 소재 뿐만 아니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조촐한 행복', '묘비명' 처럼 속도전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모래집 짓느라 해지는 줄도 모르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짓다 만 모래집 그대로 두고 달려가는 아이처럼 언젠가는 빈손으로 떠나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이 글의 묘미 중 하나는 군데군데 쓰인 순수 우리말 어휘들. '얄망궂다', '웅숭깊다', '찌그락짜그락' 등 재미있는 우리말은 독서에도, 글쓰기에도 무심해져 어휘력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한 저자의 특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처 발견하기 어려운 깨달음들을 전해주기에 열혈 팬도 많은 글이다.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편지로, 메일로 추억을 나누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밀도있는 글을 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저자는 "매주 수요일이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 빨리 찾아오니, 일주일 내내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독자들에겐 즐거움이다.

전체 글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옛 것에 대한 그리움' 이상이다. '빨리 빨리' 하루를 살아내는 데에 급급한 현대인들이 잠시 다리품을 쉬어갈 수 있는 정신적 위안을 선사한다. 독자들도 '바지랑대' 같은 이 책에서 잠자리, 참새처럼 피곤한 날개를 접고 한숨 졸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판매수익금 전액은 난치병어린이돕기에 사용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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