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의사 한 분이 계신다. 장기려 박사. 그에 대한 일화는 소설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어느 날 척추결핵을 앓고 있던 사람을 수술하게 됐다. 수술이 잘못됐는지, 아니면 합병증 때문인지 환자가 그만 반신불수가 돼버리고 만다. 주위에서는 "결코 당신 책임이 아니다. 원래 그런 병을 앓고 있어 그렇게 된 것이니 크게 실망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었지만 그분은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서 아무리 실수가 없었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는 그때부터 자기 월급의 일부를 꼬박꼬박 치료비로 떼어 그 환자에게 보냈다. 어느 날 그 환자가 와서 이런 고백을 하더란다. "당신이 믿는 신앙을 가지고 싶소." 환대하는 마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이어령 씨가 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에 보면 우리 한민족의 특성을 정(情)의 문화라는 차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고래로 우리 민족은 인정을 가장 큰 덕목으로 쳤으며 후하게 대접하는 일을 그 무엇보다도 귀중히 여겨왔다.
미국사람들도 그렇지만 자신이 초청을 했을 때 한해서 그럴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떠한가? 부르든 부르지 않든, 자격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젓가락 하나 달랑 들고 가면 구박하거나 내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즐거워하며 환대한다.
병원을 영어로 'hospital'이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환대'(hospitality)라는 말에서 온 것이다. 주로 병들고 가난한 자들을 따뜻하게 돌봐주었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호텔의 원조격인 호스텔(hostel)이라는 말도 병원과 마찬가지로 라틴어 호스피스(hospice)에서 온 단어이다.
요즘은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원래는 나그네나 유랑민을 보살피던 보호시설을 가리킨다. 방랑자들이 언제라도 쉼과 양식을 얻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일에 솔선수범했던 것이다.
이러한 거룩한 봉사의 기초가 환대이다. 사랑이 인간 삶의 원리라면 환대는 인간 삶의 실천이다. 사랑이 구체적으로 표현될 때, 환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세월따라 점점 인심이 각박해지고 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을 끊임없이 환대하고 축복해야 할 때이다.
박세환 대구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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