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진정한 혁신없이 미래는 없다

입력 2006-11-29 07:30:43

매년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는 미국의 시사경제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지난 57년에 선정됐던 500대 기업 중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기업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긴 시간이 흘렀다 해도 세계적인 기업의 대부분이 없어졌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끊임없는 자기 변화를 통한 혁신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이 반세기를 걸쳐 생존을 보장한 주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진정한 혁신 없이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혁신이야말로 개인이, 조직이, 그리고 사회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명유지 활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혁신을 위한 다섯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사람들이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과거에 연연하는 관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때까지 해오던 것이 정상이고 그것에서 벗어난 것이면 실패나 곁가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기회분석부터 시작하라 △밖으로 나가서 고객을 만나라 △오직 한가지에만 초점을 맞춰라 △작게 시작하라 △주어진 환경에 대한 주도권 잡기를 목표로 정하라 등 다섯가지 원칙을 통해서만이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 드러커는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거나 어려운 혁신, 현재가 아닌 먼 미래만 보고 실행하는 혁신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앞에서 말한 원칙들을 바탕으로 삼아야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혁신이란 현재까지의 틀을 버리거나 고치고 새로운 것을 취하는 일이다. 단기적으론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의 비전을 일구는데 꼭 필요한 작업이다. 혁신의 시기를 잘 견디는 기업만이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이다.

포스코 역시 2000년 민영화를 앞두고 기존의 공기업적 경영방식에서 탈피, 민영기업에 맞게 혁신하기 위해 PI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혁신 활동을 시작했다.

PI(Process Innovation)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고 공급사와 고객사 등 전체 서플라이 체인까지 연계해 시스템을 통합했으며, 최신 IT기술을 경영에 접목해 전통 굴뚝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투명경영과 스피드경영을 실현했다.

PI 이후 고객의 주문에 대한 납기를 대폭 단축했으며, 이를 통해 제품 재고량 역시 반 이하로 줄였다. 또한 연도 판매생산계획 수립기간을 3분의1 이하로 단축하고, 월 결산 소요일수를 6일에서 1일로 대폭 줄이는 등 외부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시스템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현했다.

이러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혁신한 후 6시그마를 도입해 인재를 양성하고 업무의 수준과 품질을 끌어올려 포스코 고유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을 추진했으며, 제철소의 81개 공장 131개 야드의 서로 다른 조업 운영시스템을 최신 IT기술로 통합, 표준화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완성함으로써 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도 했다.

또한 6시그마를 통해 3년에 걸쳐 총 8천297개의 개선과제를 수행해 재무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직원들은 6시그마 방법론을 학습하며 문제해결 능력과 자신감을 고양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미 전 직원의 30%인 5천719명이 6시그마 벨트 자격을 보유했고, 6시그마 벨트자격자를 양성, 지도하는 Master Black Belt 103명, 6시그마 유단자인 Black Belt 457명을 양성하는 한편, 부문 부서간(Cross Functional)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조직간 벽을 허물고 신뢰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성과도 얻었다.

올해부터는 조업현장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포스코형 6시그마를 통해 '전직원이 지혜를 발휘해 매일 개선하고 매일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방법론을 간편하게 해 문제해결능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눈으로 보는 관리를 통해 낭비와 개선효과가 쉽게 보이도록 하며, 전임직원이 일상 업무 속에서 함께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주장처럼 먼 미래의 사항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실제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설비에 대한 간단한 정리정돈에서부터 혁신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전임직원들이 즉실천활동을 통해 변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혁신활동이 언제쯤 끝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지금 우리의 활동은 포스코의 혁신과 개선의 역사에 있어서 글로벌 초우량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막 출발점을 떠난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개선활동이 지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오창관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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