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엎고 나니 '배추가 금추'…농민들 두번 울렸다

입력 2006-11-28 10:54:11

껌값도 안돼 갈아엎던 배추값이 다시 뛰고 있다. 농협이나 산지 수집상들은 배추를 확보하기 위해 선금을 지급하고 밭떼기 싹쓸이에 나섰다.

이 때문에 수확을 포기, 방치해서 이미 팔지 못하게 됐거나 아예 밭을 갈아 엎어버린 농민들은 두 번 땅을 치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 정책에 원망을 쏟아붓고 있다.

대구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27일 5t 트럭 1대 기준 배추 상품(上品) 경락 가격은 180만 원. 지난 15일 90만 원에 비해 2배 올랐다.

또 배추 도매 가격은 이번 주 들어 상·하차비를 포함해 포기당 1천400~1천500원 수준으로 올랐다. 11월 초 경북 북부지역 배추 가격은 포기당 200~300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수집상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북대구농협 최준근 상무는 "지난 주말 조합원 배추 밭에서 포기당 1천100원에 수매하기로 했는데 중간 수집상이 1천200원에 싹쓸이를 해 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배추 가격 급등 이유에 대해 정부가 배추값 폭락을 우려해 대대적인 수매를 벌인 반면 농민들은 이미 수확을 포기해버려 상품 가치가 있는 배추 물량이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배추 값이 폭락했던 이달 초 채소수급안정사업기본계획에 따라 117억 원(농림수산부 100억 원, 농협 17억 원)을 투입해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전국에서 배추 20만t, 무 2만 5천t을 수매해 폐기했다. 농협이 밭떼기로 사서 배추는 300평당 50만 5천 원, 무는 300평당 40만 5천 원을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폐기 수매에 해당되지 못한 상당수 농민들은 값이 떨어진 배추를 수확하기보다는 그대로 방치했었다.

도시에서 농민들을 도우기 위해 벌인 배추 팔아주기 운동도 결국 정부의 근시안적 행정 때문에 농민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입힌 격이 됐다

봉화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신춘자(67·여) 씨는 "50만 원을 준다기에 갈아 엎었는데 이제 배추값이 오른다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벼락치는 소리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