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방과후 학교, 대도시 부럽잖아요"

입력 2006-11-28 07:51:35

'시골 방과후학교, 대도시 부럽지 않아요.'

농·산·어촌 학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대도시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 더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재정 탓에 교육여건 개선은 먼나라 이야기쯤이다.

이런 가운데 영덕교육청과 영덕군이 제출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한 '전국 농산어촌 방과후학교' 공모전에서 칠곡군·칠곡교육청과 함께 선도 사례로 최근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덕교육청, 영덕군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도시 학교에 못지 않은 '실속'을 자랑하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운영중인 방과후 보육 교실이 대표적인 사례. 교육청은 외부 전문강사 18명을 고용해 영덕의 10개 초교와 분교, 유치원에서 순회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친 매일 오후 2~3시간씩 종이접기, 풍선아트, 태권도, 댄스 등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영덕체육문화센터를 활용한 수영교실 등 53개 특기적성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중학생들을 위한 심화학습 프로그램은 사교육 못지않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영덕교육청은 영덕중과 영해중을 거점학교로 선정, 야간 심화학습을 원하는 중학교 학생 300여 명을 두 학교에 모아 오후 9시까지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녁 급식과 스쿨버스 차량을 지원하고 있는 것.

외국어 교육도 주목할만 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영어교실'은 원어민 강사 6명을 고용해 학교별로 진행하고 있으며, 초·중학생을 위한 영어캠프 '영덕 잉글리쉬 원더랜드'도 개최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2주 동안 교육청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 경주 영어마을에 학생 60명을 보낼 예정이며, 이번 겨울방학에 열리는 안동대 3박4일 영어캠프에도 80명을 보낸다.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는 기타, 드럼, 수영 등 9개 분야의 '청소년 주말 체육 문화교실'도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영덕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은 영덕군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 영덕군은 올해 3억 원을 교육청에 배정한 데 이어 내년에는 5억 원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영덕 교육청 측은 밝혔다.

김상조 영덕군 교육장은 "지방 학교는 대도시에 비해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가 많고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게 현실"이라며 "농산어촌 학교의 현실을 반영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모범사례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기대를 밝혔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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